항공안전위험국(2등급)판정은 정부의 ‘무능과 부실ㆍ뒷북대책, 거짓말이 빚어낸 예고된 추락’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IMF’를초래한 경위 조사와 함께 책임자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우리나라가 방글라데시 등과 같은 수준의 2등급으로 추락하게 된 일련의 과정을 보면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국민들이 정부의 계속된 ‘거짓말’을믿다 나락으로 떨어진 1997년말의 IMF상황을 보는 듯하다.
■항공안전 2등급 판정 원인
우리나라는 1990년대들어 세계 평균의 2배가 넘는 잦은 항공사고가 발생, 미 정부가 미군들에 우리 국적 항공기를 탑승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잇단 경고등이 켜졌던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그런데도 정부는 사고때 마다 제재기준을 달리 하는 등 사후약방문식 일회성 대책에 그쳤다.
이 때문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지난해 6월 건설교통부 항공국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 법령미비 등 28개 항목에 대해 국제적인 기준 미달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건교부는 ‘모르쇠’로 일관했고, 급기야 세계 항공업계의 ‘실세’인 미연방항공청(FAA)이 지난 5월 1차 안전평가를 실시, 안전감독 등 8개 항목에 모두 부적절 판정을 내렸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지만,부실대책은 계속됐다. 건교부 항공국 인원을 103명으로 확대하는 등의 긴급대책은 관계부처 협의 지연과 여야 정쟁으로 여전히 관련법안이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항공기는 추락하는 데 조종간을 잡은 사람들은 집안싸움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건교부는 2차 평가에서최종 2등급 추락 판정을 받을 때 까지 거짓말로 일관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방한한 FAA의 2차 평가팀은 당시 2등급 추락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그러나 건교부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등급 유지 가능성이 크다”고밝혀 사태를 호도하는 데 급급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건교부가 자신감을 보이는 바람에 외교적인 노력 한 번 제대로 못한 채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됐다”며 허탈해 했다.
또 16일 오후 에번스리비어 주한미국 대사 대리가 오장섭(吳長燮) 건교부 장관을 찾아 2등급 판정을 통보했는데도, 건교부는 밤늦게까지 “협의중”이라고 주장하며 거짓말을 계속해 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직기강확립차원에서도 관련책임자에 대해 철저하게 문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2등급 판정 영향미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항공안전 2등급 국가로 판정되면 우리 국적 항공사는 미국내의 신규노선취항이 금지될 뿐만 아니라 기존 노선도 폐쇄조치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 항공협정은 ‘쌍방간의 지적사항이 개선되지 않으면 취항사의 운항권을 보류ㆍ취소ㆍ제한할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을 중시하는 유럽 등 서방국가 역시 각종 운항제재 조치 때 우선 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등 우리 항공사는 자칫 국제적인 ‘왕따’로 전락하기 쉽다.
또 외국 항공사들과 공동운항(코드세어ㆍCode Share)이 어렵게 돼 국적항공사를 통한 외국항공사티켓을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마일리지 공유도 불가능해지는 등 승객의 불편도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외국인이 국적항공사 이용을 기피할 것으로 보여우리 항공사의 경영난마저 가중, 운임을 올리는 등의 악순환도 예상된다.
미 연방항공청은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을 포함한79개국을 안전1등급 국가로 지정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 짐바브웨, 과테말라, 잠비아 등 26개국을 2등급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경제적 손실은
우리나라가 미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항공안전2등급 판정을 받으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사가 입게 될 예상피해액은 2,3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연방항공청이 우리나라에 대해 2등급 최종판정을 내려 최장 1년간 제재를 받으면 대한항공은 1,5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840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미국에 대한 신규 취항, 증편, 미국 항공사와 코드 세어(항공기 좌석 공유)등이 사실상 어려워지는데 따른 손실이다.
특히 2002년 ‘월드컵 특수’가 기대되는 시점에서 2등급 판정이 내려질 경우 폭증하는 항공수요를 외국 항공사에 모두 빼앗기는등 영업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대한항공은 “분석결과 2등급 판정시 성수기 미주노선의 증편과 괌ㆍ사이판 신규노선 취항 불가, 델타항공과에어캐나다항공과의 코드세어 불가, 보험료 인상 등의 직접 손실이 예상되지만 대외신뢰도 저하, 경영자원 낭비, 생산성 저하 등 무형의 피해는 더욱크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아메리카에어라인과의 코드세어 중단으로 1,600만달러, 대형기종변경중단으로 950만달러, 현지 지점에서의 수입손실 540만달러 등으로 모두 840억원의 피해를 예상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요즘 고유가, 고환율로 경영압박을 받고있는 현실에서 2등급 판정을 받게 되면 경영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현재로서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가슴만 태우고 있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모든 채널을 동원, 2등급 최종 판정을 유보 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는 체념적인 분위기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미국 항공사들과 코드세어를 맺고 있는 11개노선이 중단될 경우 입게 될 영업적 손실을 생각하면 억울한 생각까지 든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FAA 조치를 6개월 내에 끝내는 것이 최선의 방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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