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정책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저금리가 은행만 살찌우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예금금리에 이어 대출금리 인하도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수 년째 연 9.5~9.75%에 머물고 있는 우대금리(프라임레이트)는 요지부동인 채 우량고객들을 중심으로 생색내기 용 인하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자금 선순환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야 할 은행들이 ‘저금리 효과’를 크게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을 기준으로 한 은행 대출평균금리는 지난 해 12월 8.41%에서 6월 7.89%로0.52%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친 반면, 수신금리는 같은 기간 5.95%에서 5.06%로 무려 0.89%포인트나 급락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7~8월 들어 한국은행의 콜금리인하와 함께 시중은행들의 수신금리 인하가 대출금리 인하 속도보다 훨씬 빨라 평균 예대금리차는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금리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상호신용금고의 경우 대출금리 인하에 더욱 인색하다. 지난 해 12월과 올 6월 사이 수신금리는평균 1.86%포인트나 내렸지만 대출금리는 3분의 1 가량에 불과한 0.64%포인트를 내리는데 그쳤다.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고 있는 금융기관들의 대출금리 정책 때문에 금융당국의 저금리 정책은 결과적으로 은행에게만 혜택을 주는 정책이됐다. ‘콜금리 인하 → 금융기관 여ㆍ수신 금리 하락 → 실물부문 자금 공급 확대’의 선순환을 기대했지만 금융기관이 대출금리를 제대로 인하하지 않는 등 저금리혜택을 독점하면서 실물 부문으로의 자금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대출금리 소폭인하는 “적절한 예대마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출금리 인하 폭이 클 경우 가뜩이나 역마진 우려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국내 은행의 경우 그동안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던 만큼 앞으로도 예대금리차를 더 늘려야 할 상황”이라며 “실물 자금 공급은 대출금리 인하 보다도 회사채 금리 하락, 주식시장활성화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금융 전문가들은 다양한 수익원 발굴, 위험 회피 등의 노력 없이 저금리환경을 틈타 손쉽게 수익을 보전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全曉贊) 수석연구원은 “시장의 요구와 괴리된 금리 정책을 은행들이 오래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우대금리 인하, 시중금리 연동대출 상품 확대 등의 방식으로 대출금리 인하가크게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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