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학교용 역사교과서 채택 공방전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참패로 막을 내린 뒤에도 많은 뒷얘기를 남기고 있다. 서점가에선 문제의 교과서에 대한 찬성·반대론을담은 수십종의 책과 역사관을 다룬 서적들이 쏟아져 나와 불황에 허덕이던 출판계에 활력을 줬다.이 교과서를 발행한‘후소샤’(扶桑社)는 채택률이 예상의 300분의 1에 그쳐 크게 적자를 낼 처지였으나 일반 판매가 54만 5,000부에 이르러 도리어 희색을 보이고 있다.
또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의 ‘역사교과서를 어떻게 만들까’와 비지네스사의 ‘새로운 역사교과서의 절판을 권고한다’ 등 관련 서적은 5~10만부가 팔렸다. 서점들은 50여종의 책을 모아 별도 코너를 만드는등 ‘역사관 붐’을 타고 있다.
교과서의 시장 판도에도 엉뚱한 변화가 일었다. ‘만드는 모임’의 우익교과서 뿐 아니라 가장 진보적인 서술로 교과서의 대극점에 있었던 니혼(日本)서적 교과서의 채택이 급감했다. 반면 중간 색채의 도쿄(東京)서적 교과서는 더욱 늘었다.
도쿄의 경우 그동안 23구중 21구가 니혼서적 교과서를 썼으나 이번 채택에서는 2구에 머물렀다. 도쿄서적은 그동안의 2구에서 12구로 크게 늘었다. 이는 교과서 채택을 맡은 교육위원들이 논란을 피하기 위해 극단을 배제한 결과인 것으로보인다.
복수를 다짐한 ‘만드는 모임’측은시민단체의 조직적인 방해 행위를 비난하면서 앞으로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보다 조직적인 압력을 행사할 뜻을 내비췄다.
이에 맞서 시민단체도 채택 절차의 투명화 등을 투쟁목표로 설정해 앞으로 4년간 양측은 채택제도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거듭할 전망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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