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는 채무불이행 위기, 브라질은 불황, 멕시코는 제로 성장.’중남미 19개국 정상들이 17일부터 이틀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제 15차 리우그룹정상회의를 열고 1997~9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맞고 있는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번 회담에는 회원국들중 국내 사정으로 부통령이나 외무부 장관을 대리 참석 시킨 파나마와 에콰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를 제외하고 모두 국가 원수들이 참석하는 등 어느때 보다도 경제 위기가 심각한 과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회담 개최국 칠레가 정한 주제는 남미와 북미, 유럽 대륙간 정보통신기술 격차해소. 하지만 사실상 이번 회담은 채무불이행 위기가 가시지 않고 있는 아르헨티나 경제와 이에 따른 브라질 등 주요국들의 불황 대처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은 “주요 의제는 중남미 시장의 돌파구 마련”이라고 말했다.
특히 세계 신흥시장의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경제난은 국제통화기금(IMF)등의 지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원스런 해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IMF는 이 달 초 12억 달러의 구제금융 조기집행 발표에 이어 17일까지 일주일째 추가 자금지원 여부를 놓고 아르헨티나 정부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IMF는 당초 137억 달러 규모의 구제 금융과 별도로 최대 150억 달러의 위기 대처자금을 지원할 전망이다.
인접한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남미 최대 경제국 브라질은 올 1ㆍ4분기 4%를 넘었던 경제 성장률이 2ㆍ4분기에는 0.79%로 급격히 떨어졌다. 헤알화는 올 초에 비해 20% 이상, 주가 지수는1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아르헨티나의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미국 경제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멕시코는 제조업 침체로 올 2ㆍ4분기에 제로성장을 기록했다. 칠레 역시 통화가치 하락이 위험한 수준이며 우루과이는 경제난 극복을 위해 이번 주 초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기관 투자가들이 중남미 신흥시장에 더 이상을 매력을 느끼지 못해 계속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데 있다.
뉴욕 타임스는 16일 미국 투자 신탁회사들이 올 들어 지금까지 칠레,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에서 모두 1조 3,000억 달러의 자금을 회수해 3년 연속 투자 감소를 기록했으며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담에서 리우 그룹 정상들은 위기를 겪는 나라들의 자구 노력과 회원국끼리협력도 중요하지만 선진국들과 국제 금융기구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과 라고스 대통령은 16일 공동 성명에서“아르헨티나 정부의 지출 삭감과 재정 적자 감소 노력이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며 주요 8개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아르헨티나의 경제 재건을 돕기 위해 빠르고 효과적으로 움직여 주도록 요청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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