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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얼굴 두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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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얼굴 두께

입력
2001.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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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대통령선거 막바지에 후버(대통령)가 캘리포니아 유세에 나섰을 때였다. 나는 동료들과 함께 오클랜드의 기차역으로 그의연설을 들으러 갔다.자신들의 지도자가 하는 연설을 들으러 온 충실한 공화당 지지자들…. 후버는 불황의 종식에 대해, 그리고 도래하고 있는 호경기에 대해 말했다. 그는 야단스럽고 소란한 갈채를 받았다. 그 본질이무엇인지 그 자신도 전혀 알지 못했던 갈채였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교수의 저서 ‘경제사여행(A Journey Through Economic Time)’에는 그가 직접겪었던 1930년대 대공황기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대공황 초기 후버 행정부의 오판과 오류를 통렬하게 비판하고있다. 1929년 10월 이른바 ‘검은 목요일’을 백악관에서 맞았던 후버 행정부가 그 이후에 범한최대의 우(愚)는 한마디로 ‘섣부른 낙관론’이었다. 국민에게 서둘러‘위기 탈출’ 선언을 했던 게 그 시발이다.

■후버 행정부는 1930년에 들어주가가 반짝 회복세를 띠자 바로 장밋빛 띄우기에 열을 올렸다. 정부정책과 홍보는 낙관 일색이었고, 경제 관료들은 다시 큰 소리를 치고 다녔다.

각종 산업지수가 위기의 재래(再來) 가능성을 암시하는데도, 경제 관료들은 “기초(Fundamental)가건실하다”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바로 그 시점 대공황의 긴 그림자가 발목까지 치밀어 오르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후버는 물론 재선에 실패했다.

■환란 이후 최근 불황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상황이 이와 무척이나닮았다. 환란의 위기극복 선언은 참으로 재빨리 이뤄져 벌써 언제였나 싶을 정도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도 당국자들은언론이 괜한 불안심리를 부추긴다며 오히려 투덜댔다. 불황이 온다고 아무리 경고음을 울려도 쇠 귀에 경 읽기였다.

그런 이들이 최근에야 ‘개구리입’이 됐으나 어떤 반성도, 책임지려는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그런 정도의 얼굴 두께는 돼야 인사권자의 신임을 받을 수 있는 모양이다.

송태권 논설위원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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