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센진 카에레(한국인 물러가라).” “절대 들어올 수 없다.” 지난 14일 오후 2시, 일본 도쿄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야스쿠니(靖國)신사 앞.한국인 징용ㆍ징병자의 합사(合祀) 취소를 요청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태평양전쟁 유족들이 신사 정문에 이르자 일본의 우익세력으로 보이는 ‘조폭’ 20여명이 앞을 가로막았다.
이들은 욕설을 퍼붓고 주먹을 휘두르며 유족들을 30여분 동안이나 위협하고 협박했다. 유족들을 공포에 떨게 한 ‘조폭’은 우익세력 뿐이 아니었다. 신사 관리자로 보이는 야스쿠니측 관계자들까지 합세해 연신 ‘출입 불가’를 외쳐댔다.
그로부터 1시간쯤 후. 유족들이 천신만고 끝에 신사 안으로 들어가자 그들의 표정과 태도는 여우처럼 돌변했다.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희생자들의 위패를) 잘 모시고 있습니다.” 총무과장 정도로 보이는 40대 남자가 나와 흰색 슬리퍼까지 내놓으며 애도를 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15일 오전에는 또 정반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들이 야스쿠니신사 인근에서 벌인 평화행진에 우익세력들이 난입, 폭력을 가해 일부 유족들이 부상하는 ‘테러’까지 자행됐다.
불과 이틀 사이, 야스쿠니신사는 야누스처럼 극과 극을 오갔다. 야스쿠니는 일본 천황을 위해 싸우다 죽은 군인들이 묻힌 그들의 신전이다. 일본인들의 일그러진 정신적인 요람이기도 하다.
교과서 왜곡 등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는 일본은 야스쿠니 처럼 머지 않아 비수를 감춘 웃음을 띠며 손을 흔들 것이 뻔하다.
한일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벌써부터 그 조짐이 눈에 띈다. 유태인들은 나치의 대학살후 이런 다짐을 했다. “용서하되 결코 잊지는 말자.’ 이 다짐은 우리에게 더욱 유효하다.
도쿄=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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