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이후를 상정한 중국 지도부의 권력 갈등이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달 1일 江 주석이 공산당 창당 80주년을 맞아 밝힌 기업가들의 공산당 입당 허용방침에서 촉발됐으며 이는 차기 후계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당 및 군 원로 간부 17명은 최근 江 주석의 발언이 당헌을 위배했을 뿐 아니라 중앙 정치국을 통해야 하는 절차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江 주석을 비난하는 공개 서한을 채택했다.
이 서한에서 원로 간부들은 江 주석을구 소련의 마지막 지도자였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에 비유하면서, “중국 공산당을 구조적으로 흔들려는 시도” 라며 江 주석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부유한 사람이면 누구나 당원이 될 수 있다는 오해를 인민들에게 불러 일으켜 인민과 당과의 유대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중국 정가에서는 원로들의 이례적인 공개 `항명’ 이 내년 가을 열리는 16차 전국인민대표대회(16全大)를 앞두고 권력투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로 분석하고 있다.
2003년 이후 국가 주석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江 주석이 이후에도 당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당 체제를 변혁시키려 하는 시도에 대해 원로들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이 이에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구도라는 해석이다.
국가 공무원의 3선 또는 10년 이상 복무를 금지한 헌법에 따라 주석직에서 물러나는 江 주석은 국가 주석직과 함께 당 총서기 직함을 내놓는 대신 중앙군사위 주석직은 16全大 이후에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그러나 덩샤오핑(鄧小平)과 같은 `역사의 지도자’ 를 꿈꾸고 있는 江주석이 군사위 주석만으로 鄧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다고 판단, 당에 대한 ‘자본주의 수혈’ 로 일정 지분을 확보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왔다.
실제로 江 주석은 보수파의 대표격인 리펑(李鵬) 전인대 상무위원회 위원장 등이 퇴진하면 개혁 성향의 후진타오(湖錦濤) 부주석 등 제4세대 지도자들을 대거 후임자로 기용한다는 구상을 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당 내부를 보다 개혁적 인물들로 포진시켜야 하는데 기업가들이 가장 적당한 집단이 될 수있다는 것이다.
江 주석은 당내 보수세력을 견제하면서 차기 후계 구도를 서서이 가시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江 주석이 최근 기업가의 입당 허용 발언에 대해 비판적 논조를 보인 월간지 ‘진리적 추구(眞理的 追求)’ 의 발행을 정지시키는등 강수를 둔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江 주석의 “시대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는 ‘당 현실론’ 과 보수 성향 당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원로들의 항명 파동이 앞으로 후계 구도와 맞물려 어떤 타협점을 찾을 지 주목된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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