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전몰자추도식에 참석함으로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의 길고도 시끄러웠던 ‘진혼(鎭魂) 여행’이 막을 내렸다. 2개월 가까이 계속된 여행중 그는 상반된 언행으로 주변국 뿐아니라, 일본인들에게도 큰 혼란을 남겼다.13일 과거 군국주의와 국가신도의 상징이었고 현재는 우익세력의 역사 교육장인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은 당연히 ‘침략 전쟁의 정당화’라는 비난을 집중시켰다. 반면 참배 때 마다 남긴 말들에서는 역대 어느 일본 총리보다 진전된 역사 인식을 드러냈다.
신사 참배에 앞서 발표한 담화는 1995년 사회당 출신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의 담화 내용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자민당 총재로서 그런 인식을 밝힌 사람은 없었다. 더욱이 15일의 추도식사에서는 일본의 가해책임을 처음으로 적시, 도리어 무라야마 전총리보다 한발 앞서 나갔다.
이에 앞서 그는 6월23일 오키나와(沖繩) 평화공원에서 열린 전몰자추도식에 참가했고, 6일 히로시마(廣島)와 9일 나가사키(長崎)등 피폭지의 평화기원식 등에도 발길을 옮겼다. 일본 총리로서 이 모든 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가 유일하다.
그는 가는 곳마다▦역사의 비극을 또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오늘의 번영은 전몰자들의 희생위에 있다 ▦세계 평화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표현은 관례와 달리 고이즈미 총리가 단독으로 결정했다.
중의원 의원 시절부터 한번도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거르지 않은 그의 의식의 근저에는 ‘가미가제(神風)특공대’로 숨진 5촌 아저씨에 대한 특별한 감회가 뿌리박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이즈미 총리의 아버지는 “전쟁이 아까운 사람을 앗아갔다” 는 말을 귀에 박히도록 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아사히(朝日)신문을 비롯한 언론들은 “A급 전범들을 신으로 추앙한 야스쿠니 신사가 평화를 기원하기에 적당한 장소인가”라는 근본적인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신사참배를 둘러싼 혼란은 결국 개인적 정서와 총리로서의 입장 사이에서 그가 겪고 있는 혼란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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