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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더 / 한국애보트 짐 밀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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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더 / 한국애보트 짐 밀러 사장

입력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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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밀러 한국애보트㈜ 사장(35)은 국내 외국기업 CEO중에서 가장 키(신장2m5㎝)가 크다. 그는 모유(母乳)보다 씨밀락 분유 맛을 먼저 깨우친 미국 중서부 중상류 가정 출신의 전형적인 ‘씨밀락 세대’다.그것이 인연이 됐을까? 첫 직장으로 경영 컨설팅사에 몸담았던 그가 우연하게 하지만 스스럼 없이 직장을 옮긴 곳이 바로 씨밀락 제조업체인 애보트 래보라토리즈사.

“모유보다 더 친근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신뢰감을 주는 회사”라는 매력에 끌려 애보트로 자리를 옮긴 그는 시카고 본사에서 국제사업 부문의 일을 맡으면서 한국과 또 다른 인연을 맺게 된다. 막 닻을 올린 한국애보트㈜(1988년 설립)의 재무체계 확립과 판매조직 정비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27세이던 93년 처음 한국에 발을 디딘 뒤 8개월간 한국애보트의 재무담당 고문을 맡게 된 그는 한국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당시 한국 애보트㈜는 당뇨 등 각종 질병을 진단하는 의료장비 및 시약, 고혈압등 의료관련 제품 판매에만 매달리고 있었다. 회사의 대표 선수격인 인기 분유 씨밀락을 국내에 들여오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도 서울 남대문의 ‘도깨비시장’은 물론이고 ‘강남 문화’가 막 형성되고 있던 압구정동 일대에서의 씨밀락 인기는 대단했다. 제품이 없어 팔지 못할 정도였다. 씨밀락은 미군부대를 통해 일부에서만 유통되고 있었다.

그 뒤 6년이 지난 99년 봄. 밀러 사장은 잠시 싱가포르 아ㆍ태지역 재무담당본부장을 역임한 후 이번엔 한국 지사장이 되어 돌아왔다.

당시 씨밀락은 국내에서 시판된 지 3년이 나 지났지만 “모유보다 더 모유같은 분유”를 모토로 앞세운 국내 분유사들의 강력한 판매망에 눌려 제대로 브랜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엔 인도네시아에 비해 매출이 3배정도 떨어질 만큼 부진했어요. 판매망의 조직력도 미흡했지만 상대적으로 한국 업체들의 빠른 성장세도 원인이었죠.”

밀러 사장은 지사장 취임 직후 대대적인 판매망 정비에 나섰다. 1개 회사에 판매권을 맡겼던 체제를 직영체제로 전면 전환하고, 직접 대리점을 모집했다. 또 전국 주요병원 소아과 의사 150여명을 대상으로 씨밀락 제품에 대한 임상테스트결과 등을 소개하며 품질의 우수성을 적극 알렸다.

또 텔레마케팅 팀을 구성해 자녀건강에 열성적인 ‘강남 주부’들을 타깃으로 제품소개와 유아교육 등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쳤다.

그 결과 취임 첫해인 99년 매출이 전년에 비해 300% 성장하는 ‘대박’을 잡았다. 그리고 2000년 100%, 지난해엔 70% 성장률을 올리는 쾌거를 거뒀다.

최근 홈페이지(www.abbott.co.kr)를 통해 씨밀락 어머니 클럽에 가입하는 주부 네티즌만도 매달 평균 100명에 달해, 회원 수만도 8만 여명에 이른다. 세계 70개국에 현지법인을 두고있는 애보트 래보라토리즈사는 이 같은 성과를 이룬 한국애보트에 2년 연속 ‘우수성과’ 상을 부여했다.

밀러 사장은 요즘 여름휴가도 반납할 정도로 바쁘다. 올 가을 선보일 신제품 ‘씨밀락어드밴스(성장기분유)’와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될 액체 형태의 ‘씨밀락 리퀴드’, 콩 단백질을 이용한 모유 대체식 ‘아이소밀’ 등의 출시준비로 눈코 뜰 사이가 없다.

그는 “그동안 판매망 등의 문제로 한국시장에 내놓았던 제품수가 극히 제한됐지만, 이젠 세계적으로 공인 받은 애보트만의 다양한 우수 제품들을 적극 소개할 계획”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애보트는 어떤 회사?

국내에서 ‘씨밀락’ 분유 제조사로 잘 알려진 애보트 래보라토리즈(www.abbott.com)사는 1888년 미국 시카고에서 출발한 세계적 제약회사다. 지난해말에는 독일 바스프(BASF)사의 제약사업 계열인 놀(Knoll)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진단용 시약(ADD), 병원관련제품(HPD), 의약품(PPD),영향제품(NPD), 동물의약(SPD) 등 5대 사업부문으로 나뉘어있다. 현재 13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으며 전세계 135개의 연구소에서 7만여명의 직원과 5,000여 과학자들이 연구인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규모는 137억 달러로 올해는 전년대비 16.7% 증가한 160억 달러의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인 마일즈 화이트(45)회장의 경영 철학은 연간 매출액의10% 이상(2000년 13%)을 개발비(R&D)로 투자, 여러 차례의 임상실험에서 입증된 안전한 제품만을 공급하는 철저한 품질주의를 지향한다.

애보트의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마취약, 항생제, 항암제, 에이즈 진단시약, 엔슈어,페디아슈어, 씨밀락 등이 있다. 99년 일본 가게타사와 공동 개발한 발기부전 치료제 ‘유프리마’는 비아그라 보다 효과가 빠르고 부작용이 적은 빨아먹는 발기부전 치료제. 국내에선 내년부터 시판할 예정이다.

포춘지가 미국 500대 기업의 하나로 선정한 애보트는 99년 경영이 뛰어난 기업17위에 선정됐다. 비즈니스위크지엔 세계 1,000대 기업중 55위에 올랐다.

해마다 보건분야에 100만 달러의 기부금과 후원활동을 펼치는 이회사는 포춘지 선정 ‘소수민족을 위한 최고의 50대 기업’에 3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나의 키워드

▽“고객으로부터 배워라.”

사무실 책상에 앉아 사업전략을 짜고 회계업무를 통해 사업성과를 꼼꼼히 따지며 e-메일로 동료 사원들과 밀접하게 대화한다고 해서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실질적인 인간관계, 사람과 사람간의 만남 만큼 창조적이고 사업의 성과를 높여주는 것은 없다. 사무실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진정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밀러 사장은 매 주말 시간이 날 때 마다 자신이 사는 서빙고동의 슈퍼마켓들을돌며 고객들의 행동양태를 주의 깊게 살핀다. 과연 그들이 어떤 제품을 고르는지, 왜 특정 제품을 선택하는지를 빠짐없이 체크 한다. 고객의 선택만큼 정확한 답을 주는 해결책은 없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전략과신중한 결정이 사업의 장수(長壽)를 좌우한다.”

씨밀락의 우수한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무려 10여년간 국내에서 제품군을 늘리지 않고 씨밀락 클래식만을 고수했던 애보트사의 보수적 판매전략은 한국 경영상황에선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유아식이란 특성에 맞춰 제조 후 6개월 이상 된 제품은 판매하지 않는 철저한 제품관리도 애보트 특유의 판매전략. 애보트사는 또 지난해 여름 의약분업 이후 6개월간 다른 업체들의 동향만을 살필 뿐, 판매 조직체계에 손을 대지 않은 유일한 제약업체였다.

다른 제약업체들이 이 기간 3차례 정도 조직체계를 흔들었다가 원상 복귀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과도기의 혼란이었다. 그러나 애보트는 이번 가을쯤 처음으로 조직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다.

밀러 사장은 “과도기 때는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보다 일단 지켜본 뒤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오히려 조직의 안정을 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밀러 사장은 어떤 사람?

▦ 1966년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출생

▦ 미 힐스대일 대 회계학 전공(88년), 딜로이트&토우치 컨설팅사 수석재무컨설턴트 역임(88~92년), 애보트사 입사(92년), 아시아ㆍ 태평양ㆍ 아프리카담당 수석 재무분석가ㆍ국제업무 감사ㆍ인도네시아 재무담당 본부장ㆍ동남아시아재무담당 본부장, 한국애보트㈜ 대표취임(99년5월)

▦ 취미:골프

▦ 특이사항:사무실 벽 한면을 딸 사진으로 꽉 채울 만큼 아이에 대한사랑이 극진함

▦ 사내 별명:'롱 다리'

▦ 생활신조:하루 2,3시간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 추천서:존 나이스비트 ‘하이테크, 하이터치’

▦ 즐겨먹는 한국음식:갈비, 불고기, 김치

▦ 가족:싱가포르인 부인과 딸(2세)

▦ e메일:jim.miller@abbot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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