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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기고 - 애국·친일구분 명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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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기고 - 애국·친일구분 명확해야

입력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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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광복절이면 일제강점 하 35년간 국내외에서 독립투쟁을 통해 국권을 회복한 애국자들의 숭고한 정신과, 일신의 영달을 위해 국가와 민족을 배신했던 매국노 부류의 추악함이 대비돼 떠오른다.선비정신을 이은 춘추대의의 민족보국의식에 충실한 애국지사와 그 결사들은 40여년간(1904-45)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일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사력을 다했다.

1895년부터 1915년 전후까지 20년간 지속됐던 선비, 노동자, 농민들의 의병전쟁이 범시민적 민중운동인 3·1혁명의 성공으로 이어졌고, 이후 국외의 유일 합헌적 정통국가인 대한민국임시정부(1919-1945)가 구심점이 돼 27년간 국내외를 통괄하며 ‘공공사업’, 즉 광복정책을 편 끝에 독립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이 기간 애국자들은 매국노 친일분자들에 의해 숱한 곤욕이나 낭패를 당한 것은 물론, 그들의 잔혹한 고문과 미행, 감시, 체포의 위협에 줄곧 시달려야 했다.

오죽하면 석오(石吾·李東寧)와 백범(白凡·金九)같은 분들이 “일제 헌병이나 경찰보다, 일본인 행세하는 동족 매국 친일·부일배가 더 증오스럽다”고 토로했겠는가.

독립운동을 전개한 애국자는 누가 시켜서 평생 풍찬노숙, 3일1식(三日一食)의 고통을 겪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바친 것이 아니었다.

이는 스스로 우러나온 애국정신이 아니고서는 가당치 않은 일이었다. 돌이켜 보면 이회영(李會榮) 6형제의 경우는 방대한 재산을 모두 팔아 서간도에 사관학교의 효시인 신흥무관학교를 설립, 여기서 무려 3500명의 인재를 길러내 독립전쟁에 투입했다. 석오나 백범은 동지의 자제의 병을 먼저 치료하다가 친자식을 잃은 참애국의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독립운동은 가족과 친인척 단위로도 이어져 이강년(李康秊) 이인영(李麟榮) 허위(許蔿) 의병장에 이어 안중근(安重根) 노백린(盧伯麟) 신규식(申圭植) 조소앙(趙素昻) 등이 각 수십 명에 달하는 후속 친계 애국자를 배출했다.

당연히 애국자들의 집안이나 후손들의 삶은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소위 후데이센징(不逞鮮人)으로 지목돼 교육·취업·유학·배급의 기회가 철저히 봉쇄됐던 것이다.

특히 일제 말기에는 민족말살정책에 따른 창씨개명(創氏改名)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각급 교육기관에서 대거 쫓겨나기도 했다.

그 후유증은 해방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져 오늘날까지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다들 끼니를 잇기에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더구나 독립유공자 중 2만명 정도는 본인이나 후손이 국가로부터 약간의 혜택을 받았으나, 상당수는 객관적 기록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아무런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평생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예우가 다른 민주투쟁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애국자가 우대받고 그들에 대한 영웅대접이 당연시되는 가치관이 정립, 상식화해야 앞으로도 그 뒤가 이어질 것 아닌가.

국가의 외면 속에 애국자의 토지는 다 빼앗겨도, 매국노 친일분자의 후손들은 당당히 땅을 찾아 그들의 선조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프랑스가 반민족행위자 3,800명을 사형에 처한 것과 달리, 우리는 친일매국노들을 반민특위에 걸어놓고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결말은 단 한건도 보지 못했다.

결국 일제 강점기 이래로 호의호식해온 친일파의 후손은 일본ㆍ미국ㆍ유럽 유학까지 거치고는, 높은 직책에 앉아 영세한 독립운동가의 자제를 부리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친일 논쟁이 작금에도 추악한 난타전으로 시종하는 것도 애국과 친일의 구분이 당초부터 명확치 않았기 때문이다.

李炫熙(성신여대 교수, 한국 근·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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