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게임-흑인 범죄 심리학자와 유괴범이 벌이는 두뇌싸움알렉스 크로스. 미국 작가 제임스 페터슨이 6편의 추리소설에서 창조해낸 인물이다. 워싱턴의 흑인 범죄심리학자면서 경찰인 그는 콜롬보나 홈즈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꽤 인기 있는 캐릭터이다.
지적이면서도 인정 많고 가정적인 남자,고요한 가운데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이다.
할리우드 흑인 배우 중 누가 그와 가장 닮았을까. 덴젤 워싱턴은 너무 강하고,에디 머피는 너무 가볍다.
아 참, 모건 프리먼이 있었지. 결코 요란을 떨지 않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노련함. 그 예상은 1997년 알렉스크로스 원작의 첫 영화 ‘키스 더 걸’에서 맞아 떨어졌다.
당연히 두 번째 영화 ‘스파이더 게임 (Along Came ASpider)’도 그의 것이 됐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그가 전작 ‘키스더 걸’에서 젊은 여자를 납치하는 사이코 킬러를 추적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두 번째 영화가 나오기까지3년의 공백을 여경찰 파트너를 잃고 칩거한 것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어린이 유괴사건으로 그를 복귀시켰다. 교사로 위장한 범인은 상원의원의딸 메건을 학교에서 납치하고는 알렉스에게 단서를 남긴다.
메건의 여자경호원 제시(모니카 포터)와 함깨 수사에 나서는 알렉스. 범인은 왜 알렉스를자신의 게임 상대로 선택했을까.
‘스파이더 게임’은 알렉스가 범인을추적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의 추리를 유도한다. 낡은 사진 한 장에서 범인의 목적이 단순히 돈을 노린 것이 아니며,납치 최종 대상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러시아 대통령의 어린 아들이라는 사실을 범죄심리학자다운 날카로운 추리와 컴퓨터를 이용한 증거자료로 밝혀내는과정이 흥미롭다.
‘머홀랜드 폴스’로 할리우드에 진출한뉴질랜드 출신 리 타마호리 감독은 그러나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몸 값을 가지고 또 다른 반전을 시도했다.
제시까지끌어들인 그 반전으로 영화는 음모론에 빠지면서 너무나 익숙한 ‘등잔 밑에 적이 있다’는식의 범죄 수사물로 끝나고 말았다. 갑자기 어정쩡해진 알렉스.
그래도 그는 실망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하고다시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역시 모건 프리먼이다. 17일 개봉.
■ 더홀-지하벙커에서 휴가를…거기서 무슨일이 있던걸까
18일간의 실종. 그리고 유일한생존자. 세 명은 모두 죽은 채 발견됐는데, 이 생존자만은 “모두 살아 있었다”고 말한다. 심리적 충격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더 홀(The Hole)’은 실종사건의 생존자 리즈(도라 버치)의‘진술’과 ‘진실’ 사이의 괴리를 추적해가는 영화이다.
심각한 패닉상태에 빠져있던 리즈는 정신과 여의사 필리파(에배츠 다비츠)의 도움으로 조금씩 마음을 털어 놓는다.
미모가 인기의 유일한 잣대인 사립고교.록가수의 아들인 마이크(데스몬드 해링턴)를 사랑하지만 마이크는 리즈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리즈를 사랑하는 마틴(다니엘 브로클린 뱅크)은 리즈를돕기위해 학교 컴퓨터를 조작, 마이크가 캠프에 가지 않도록 도와준다.
조건은 ‘잘난 그들’만의 여행에 리즈를 동행시키는 것.리즈와 미녀 프랭키, 마이크와 제프, 4명은 지하 벙커에서 3일간의 휴가를 보내기로 하지만 약속한 날 제프는 나타나지 않고 이들은 공포와 허기,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왕따’ 소녀의 짝사랑, 그리고 그 소녀를 사랑하는 소년의음모. 여기까지가 리즈가 밝힌 사건의 진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필리파는 뭔가 다른 진실이 있다는 직감으로 갖고 사건을 다시추적하기 시작한다. ‘아메리칸 뷰티’에서 아버지에 환멸을 느끼는 딸 역할을 잘 소화했던 도라 버치는 거짓진술 속의 ‘왕따’ 소녀, 진실 속의 악녀 역할을 소화해 연기파배우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요즘 스릴러 영화의 특성은 결코단선적이지 않다는 것. ‘더 홀’ 역시 영화 말미에서 진실이 밝혀지면서 새로운흥미거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미 앞서 충분히 예견된 반전과 반전의 방식이 지나치게 인위적이하는 것이 흠이다. 단선적인 이야기를 뒤집었느나 그뒤집기 방식이 많이 보아온 상투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아쉽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박은주 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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