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죽음을 돈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지난 7일 발생한 한 교통사고의 조사장면을 목격한 경남 마산중부경찰서 경무과 이태영(李台寧ㆍ35)경장은 최근 경남도민일보 홈페이지 독자란에 ‘살맛나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교통사고를 당한 당사자나 가족은 한푼의 합의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합의각서를 써주지 않고 경찰조사에서도 이런저런 피해를 부풀리는 것이 익숙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7일 오후 마산중부서 교통사고조사계에온 한 사망사고의 피해자는 이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이 글에 따르면 이날 부친(80)이 집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위반한 레미콘 차량에 부딪혀 숨진 유모(48ㆍ식품납품업)씨는 사고조사를 맡은 경찰관에게 “단돈 1원의 합의금도 받지 않겠다”며 합의서를 선뜻 내밀었다.
“운전자가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오히려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구속된 운전자의 선처를 당부하고 가해자 가족을 위로하는 아량까지 베풀었다.
“정말 합의금을 요구하지 않겠습니까”라는 조사경찰관의 거듭된 질문에 유씨는 “비명에 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합의금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며 “아버지의 넋을 기리는 차원에서 가족회의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는 말만 남기고 총총히 경찰서를 나섰다.
이 광경을 지켜본 사고운전자 김모(45)씨의 가족은 유씨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쏟았고 경찰관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유가족에게 죽을 죄를 졌는데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주니 정말 살 만한 세상인 것 같다”는 김씨 가족들은 “하늘 같은 아량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동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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