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슈 인사이드 / 조선업 "우린 불황 몰라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슈 인사이드 / 조선업 "우린 불황 몰라요"

입력
2001.08.16 00:00
0 0

14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의판넬공장. 천장에 매달린 10톤 크레인 17대가 1분여 간격으로 초대형 철제 블록을 실어 나를 때마다 경고 사이렌이 울린다. 4만㎡의 드넓은 공장이 쪽방 마냥 비좁게 느껴진다. 500여명의 조선공들은 뙤악볕에 달구어진 철제 틈에서 굵은 땀방울을 비오듯 흘리며 작업에 몰두했다.마지막 공정의 선박들을 정박해 두는 3km 길이의 암벽에는 우리나라 국민이 이틀간 쓸 수 있는 LNG 13만5,000㎥를 실을 수 있는 LNG선 등 초대형 선박 4대가 촘촘히 묶여있다.조선소 내부(야드)는 쉴새 없이 오가는 대형운반 차량(트랜스포터)과 화물차로 교통정체가 빚어질 지경이다. 탑재1부 김명수 기원은 "인력이 모자랄 정도로 물량이 넘쳐난다"며 연신 이마의 땀을 훔쳤다.900톤 무게를 91m까지 인양할 수 있는 세계최대의 '골리앗' 크레인 121m정상에서 바라본 축구장 7.5배 넓이의 대우조선 제1 도크.승용차 한대 빠져나가기 힘들 정도로 5척의 선박이 빼곡히 들어앉아 있다. 옥포만에는 컨테이너선'CMA CGA Voltage'호,유조선 "Zeeland'호 등 수십만톤급 공룡선박 4척이 시운전을 기다리며 떠있어 조선산업의 활황을 웅변하고 있다.

■3년치 일감 확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내수 부진,유가불안정 등 국내외 악재로 하반기 경기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꺼지지 않는 성장엔진’ 조선산업의 선전이 눈부시다.대우조선은 올해 건조할 거대선박 36척을 제외하고도 96척의 선박 수주를 마쳤다.또 세계1위의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국내조선사들은 앞으로 3년동안 공장을 풀 가등해야 가능한 일감을 이미 확보,'조선 한국'의 성가를 높이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1999년부터 3년째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50년 가까이 세계정상을 지켜온 '조선 왕국'일본도 한국 조선업계의 약진에 당황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해 80척,51억 달러어치의 선박을 수주해 세계시장의 13%를 점유했고,59척,420만GT(총톤수)의 선박을 만들어 세계 전체 건조량의 15%를 차지하며 세게1위 자리를 굳혔다.

올 상반기 수주물량 증가로 매출액이 3조5,270억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7%늘어났다.

지난 해 36억 달러어치를 수주한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 해보다 22% 줄어든 28억 달러로 낮춰잡았다. 현재 설계 중이거나 건조 중인 선박이 87척이나 되기 때무에 앞으로는 수익성이 높은 선박 위주로 '골라서'수주하겠다는 방침이다.97년 부도를 내 99년부터 현대중공업이 위탁경영하고 있는 삼호중공업도 올해 매출액이 지난 해보다 두 뱅 이상 늘어난 1조1000억 원,순이익은 7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이 회사는 부도 이후 6,800여 명의 직원을 1,800여 명으로까지 줄였으나 일감이 급증하자 1,500여 명의 퇴직 근로자를 복귀시키는 등 직원수를 5,700여명으로 늘렸다.

■이유있는 나홀로 호황

조선산업이 이 같은 호황을 누리는이유는 복합적이다. 10년 이상 조선업체에 근무한 대졸자 전문 엔지니어가 5,000여명에 달하고 선박 자재 중 가장 중요한 철강과 엔진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등 자체 경쟁력이 월등하다.

전체 선박의 40%에 달하는 노후선박의 교체수요에 이어 최근에는 청정연료 LNG에 대한 수요가 급증, LNG 운반선 발주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30척 중 우리나라 조선사가20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벌크선등 기존 표준선형을 고집하는 일본에 비해 꾸준히 신기술을 개발해 온 한국 조선업계가 LNG선, 초대형 컨테이너선등이 주도할 향후 조선시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삼성중공업의한 간부는 “세계경제의 침체국면이 장기화하면 화물 물동량이 덩달아 주춤하고 선박 수주량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화물선 대신 크루즈 유람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제조기술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초대 호황이었다는 올 상반기현대 삼성 등 주요 조선업체의 외형은 커졌지만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 경험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와 기술력을 다지고 연구개발(R&D)투자를 확대하면 외부요인에 상관없이 호황을 이어갈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김태훈기자

onewa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