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함축하는 메시지는 임기 후반에도 그 동안의국정 기조와 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햇볕정책 고수, 중산층과 서민정책 추진, 구조조정, 지식정보화 시대 적응 등 연두 회견과 각종행사에서 여러 차례 밝힌 내용들을 재차 언급하면서 개혁의 지속을 다짐했다.
김 대통령이 특히 경축사 말미에서난국 타개의 해법으로 과감한 개혁과 국민적 협력을 강조한 대목은 원칙에서 타협하거나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개혁에는 고통이 수반되지만 서로 협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언급은 지금의 국정 기조와 정책들이 유지될 것임을 말해주면서 국민들이 미래를 위해 개혁정책을 밀어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정치권에 대해서도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하는 등 협력을 당부했다. 그러나 정치권에 대한 협력 당부는 기대보다는 비판을 바탕에 깔고 있다. 김 대통령은 “정치 불신이 위험수위”라며 “국회ㆍ정당ㆍ선거 등에 대해 일대 정치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말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은 임기 후반의국정 운영에서 일단 야당과의 협력을 추구하되 여의치 못할 경우에는 국민을 파트너로 삼는 정치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 대통령이 공ㆍ 사석에서“현재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축사가 기존의 기조 유지를천명했다는 것은 역으로 첨예한 대립으로 점철돼 있는 현 정국이 변하거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도 된다. 지금의 갈등 국면이 본질적으로 대선구도와 맞물린 힘겨루기의 측면이 있지만, 김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답답한 정국을 관통하는 시원한 메시지를 내놓지 못했다.
아울러 기존의 정책들을 나열식으로언급한 것은 지나치게 실무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관심사인 당정개편 여부, 민심 쇄신책 등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아 국민 정서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경축사가 국정 전반을 포괄적으로 다루었지만 난국에 대한 핵심적인 해법을 기다리는 국민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것이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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