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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21세기 국가철학 세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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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21세기 국가철학 세울때

입력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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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맞아 첫 번째 8ㆍ15를 보냈다. 8ㆍ15는 20세기 우리 역사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다.8ㆍ15는 일제에서 해방이라는 20세기 전반의 암울한 과거의 청산이자 정부수립으로 20세기 후반의 미래를 건설하는 출발점이었다.

또 한번의 8ㆍ15를 맞으면서 20세기 역사가 격동의 시대였던 만큼 21세기 역사가 펼쳐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이 가득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새로운 세기의 첫 번째 8ㆍ15를 맞으면서 어느 누구도 우리 국가의 철학을 이야기하지않는다.

21세기 한국은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가.2050년쯤 되면 우리 사회는 어떤모습을 후손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것일까.

미국 일본 중국을 보자. 미국의 부시 정부는 국내적으로는 ‘온정적 보수주의’를 표방하고 국제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 세계화를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21세기를 맞아 전후시대를 청산하며 ‘보통국가론’을주장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우경화 현상으로 우려되는 점이 많지만 고이즈미(小泉) 수상이 절대적인 인기를 얻는 것은 그가 제시하는 새로운 국가의 철학이 일본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면서 사회주의를 포기하지 않는국가의 철학을 갖고 있다. 중국이 무서운 것은 현재의 경제력이 아니라 21세기 세계경제를 주도한다는 꿈과 비전이 국민들에게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20세기 후반에는 ‘조국근대화’라는 국가의 비전이 있었다. 비록 군부권위주의 체제였지만 정치지도자들에게는 국가의 철학이있었고 국민들에게는 꿈이 있었다.

이제21세기에 우리 국가는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가? 20세기 후반에 남겨진 기능주의적 산업화와 반공 이데올로기의상흔만을 아직도 국가의 철학인양 끌어안고 21세기를 맞고 있는 것은 아닌가? 최근 정치권의 저급한 언쟁이나 사회여론을 주도해야 하는언론과 정부의 이기적 논쟁을 볼 때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우리는 21세기를 경제위기와 세계화의 급류에서 정신없이 맞았기 때문에철학을 운위할 겨를이 없었다.하지만 이제는 IMF의 충격에서도 벗어나야 할 때이다.

모든 것을 경제적 효율성만을 따지면서 사회가 경쟁의 논리에만내몰리는 초조함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삼사십대 가장들이 많이 사는 신도시아파트에서는 한 동에 여러 집이 이민을 준비한다고 한다.6ㆍ25의 상흔 못지 않게 IMF 경제위기의 충격으로 국민들은 자신과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쟁포화에 쓰러지는 옆 사람을 보듯이 신자유주의의 포격으로우리 이웃들이 아무 대책없이 처참하게 내몰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언제시장주의(市場主義)의 잔인한 공습이 닥쳐올지 모르니까 야간열차 지붕꼭대기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채 몸을 싣듯 이민을 가든 고액과외를시키든 자기 자식만 살아남게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사회의 지도자들은 21세기 첫 번째 8ㆍ15를 맞아 깊이 반성해야 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분주한 여야 정치지도자들에게도 어떤국가의 철학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더 이상 철학없이 뒤범벅이 된 정책공약은듣기 싫다. 이제라도 상대방을 비방해서 얻는 반사이익이나 지역주의적계산에 의해서 대선에서 승리하려는 생각은 버렸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에게 2020년은 연금이 바닥나는 국가,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나라로만 비쳐진다. 이제라도 국가의 철학을 세워 한국이 21세기에 국제사회에서 어떤 의미있는 국가로 남을 것인가를보여주어야 하겠다.

임기중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의 철학을위해 자신은 작은 초석을 놓기 위해 헌신하겠다는 대통령을 뽑고 싶다.

21세기의국가 철학이 뚜렷할 때 이민간 교포들이 짐을 꾸리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염재호 고려대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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