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 박찬호 앞에 한 군소종목의 야심찬 광복절 ‘빅 이벤트’가 무릎을 꿇었다.대한핸드볼협회은 당초 광복절인 15일 막이 오른 2001 서울컵 여자핸드볼대회 개막경기로 한ㆍ일전을 계획했다.
핸드볼인들은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두 나라의 관계가 냉각된 가운데 맞이한 광복절 날 한ㆍ일전이 열린다고의미를 부여하는 등 큰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바람은 대회 중계를 맡은 MBC의 요청으로 한순간 물거품이 됐다.MBC는 박찬호 등판경기 중계때문에 15일 핸드볼을 중계할 수 없다고 통보하면서 기왕이면 중계가 예정된 16일 한ㆍ일전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뜻을밝혔다.
핸드볼 붐 조성을 위해 TV중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협회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MBC의 뜻을 좇아 대회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일정을 변경했다.
협회는 대회 개막 하루전인 14일 밤 부랴부랴 참가국 감독자회의를 열어 일정변경을 통보하고 양해를 구하는 소동을 빚었다. 협회직원들은 팸플릿을 수정하느라 밤샘작업을 했다.
15일 한ㆍ일전을 기대하고 태릉선수촌오륜관을 찾은 관중도 의아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편 한국은 뒤바뀐 일정에 따라 엉뚱하게 개막전 상대로 맞이 한 중국을29_21로 꺾고 대회 4연패를 향한 상쾌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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