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감세안등 번복 일쑤 "어느 말 믿어야 할지…"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사례가 잦다. 이미 발표한 정책들이 조변석개(朝變夕改)처럼 바뀌고,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청와대나 여당이 부인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정부 정책이 시장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15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평가원,방카슈랑스(은행ㆍ보험 겸영),집단소송제, 경기진작을 위한 감세 등 최근 정부가 내놓은 주요 정책이 일관성 없이 흔들리거나 혼선만 거듭하면서 표류하고 있다.
지난 6일 정부는 기업 투명성 강화를 위해 증권거래소 산하에 기업지배구조평가원을 설치, 재벌의 지배구조에 대해 등급을 매길 방침이라고 발표했으나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15일에는 “민간부문이 평가원을 설립하는 것도 허용한다”고 물러섰다.
은행이 보험업무를 겸업하는 방카슈랑스 도입을 둘러싼 혼선도 장기간 계속되고 있다. 재경부는 지난 4월 “2003년 8월 이후로 잡혀있던 방카슈랑스 도입시기를 내년으로 앞당기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과 김진표(金振杓) 재경부 차관도 “방카슈랑스를 당초보다 앞당겨 도입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청와대와 재경부 일부 실무자들은 “저금리로 국내 보험회사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며 “도입 시기를 앞당길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2003년 8월이후 도입도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자를 만날 때마다 입장이 달라져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정책도 마찬가지. 진 념(陳 稔)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7일 “내수진작을 위해 필요하면 감세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다음날인 8일에는 “감세보다는 재정정책이 우선”이라고 번복했다. 하지만 10일 끝난 여ㆍ야 정책협의회에서는 감세정책을 실시한다는 데에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해 지난 6월6일 이기호(李起浩)청와대 경제수석은“내년 1월1일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7월7일에는 “3월부터 실시할 예정”이라고 수정했다.
또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10일에는 김진표 재경부 차관이 “소송남발을 막기 위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소송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후퇴했다. 이밖에도 정부와 여당은 지난5월 상속ㆍ증여세에 대해 완전 포괄주의를 연내 도입한다고 밝혔으나7월 이후‘도입 연기(정부)’와‘도입 강행(민주당)’으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정ㆍ통화 등 거시정책 집행의 실기(失機)에 이어 정부가 정책을 수시로 번복하는 바람에 미래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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