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과 돼지를 키우는 이가 식당업을 새로 구상했다. 재료를 자체 조달하니 경쟁력이 있을 듯 했다. 문제는 메뉴였다. 머리가 좋은닭에게 물었다.주인님, 서양 식단의 기본은 뭐니 뭐니 해도 햄 앤 에그(ham and egg)지요. 돼지는 어차피 죽을 목숨이지만, 자신은 달걀만낳으면 잘 살 수 있으리란 요량이다.
‘자립형 사립고’ 논란에 떠올린 우화다. 원래 쓰임새는 다른 비유이지만, 자립형 사립고 옹호론에서 그 못지 않은역리(逆理)를 발견한다.
■무엇보다자립형 사립고가 학교간 경쟁을 자극해 전체 교육의 질을 높일 것이란 논리에 수긍할 수 없다.
붕괴 위기의 공교육환경을 그냥 둔 채 경쟁 여건이 월등한 소수 사학을 새로 만들면 공교육 전체가 되살아 날 것이라니, 그렇게 절묘한 해법을 왜 지금껏 묻어 두었나싶다.
효과가 신통하다는 약일수록, 흔히 사람을 잡는 법이다. 우화 속 동물의 세계라면 모를까, 분별력 있는 국민 앞에 얄팍한 기만적 논리를 펴서는안 된다.
■교육 소비자의 선택권과 경쟁을 보장한다면서, 일부 사학에만 유리한 경쟁 여건을 만드는 것이 시장 원리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또 획일성을 벗어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한다지만,등록금은 많이 받으면서 학부모가 원하는 입시 교육에 매달리지 않는다고 믿기 어렵다.
우수한 학생을 넉넉한 자원으로 교육해 좋은 대학에 보내는 명문고를 만들겠다면, 왜 사립고 인가도 궁금하다. 평준화로 없앤 전국의 입시 명문고는 모두 공립이었다.
■공허하고 위선적인 허울을 벗기면, 알맹이는 단순하다. 공교육 개선에 세금과 노력을 쏟는 대신에, 세금 내기는 아까워도 공교육에 불만이 많은 능력 있는 소수의욕구를 손쉽게 채우는 방안이다.
다양성과 경쟁력 확대를 내세우지만, 일부 계층의 민심 얻기가 목적이란 의심마저 든다. 여기에 교육 이념 따위를논란하는 것은 우습다.
어떤 체제, 어느 나라도 소수 사학에 교육의 장래를 걸지는 않는다. 선진국 사례를 떠들지만 대개 거짓말이다. 돼지의 운명은아랑곳없는 닭의 교언(巧言)일 뿐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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