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대한 한중 양국과 일본의 찬·반론자들이 모두 크게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상당 기간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 파문을 어떻게 수습할 것이냐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한중 양국과 일본의 반대론자들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국가의 대표인 총리가 참배한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반면 8월15일의 참배를 주장해 온 일본의 보수세력들은 15일을 피한 것은 '외압에 의한 굴복'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고이즈미는 이처럼 국내외의 비판에 따라 4월 총리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내우외환'에 빠진 고이즈미의 시급한 과제는 한중 양국과의 악화된 관계를 어떻게 정상화 하는 것이다.중국은 사전 물밑 조정을 통해 15일을 피한 참배에 대해 부분적으로 양해하고 있으나 한국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이와 관련,일본 정부는 전직 총리 등 비중있는 인물을 특사로 파견해 고이즈미 총리의 개인적 심경을 설명할 방침이다. 한중 양국의 수용여부는 전적으로 그 내용에 달려 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아·태 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기간 중 한중 양국 정상들을 만나 직접 관계 개선을 논의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또 한중 양국이 반발하는 한 총리가 앞으로 8월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차제에 국립묘지를 설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은 "다음 달 총리 주재의 간담회를 마련해 국립묘지 설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도쿄의 무명 전몰자 묘역을 확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국내적으로는 이번 참배 문제는 본격적인 구조개혁을 앞둔 고이즈미의 정치적 실험 무대였다고 말할 수 있다.국론이 분열되고 자민당까지 찬반 양론으로 갈린 참배 문제는 고통이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개혁 문제와 유사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고이즈미는 자민당 지도부의 의견을 통일하고 국민의 지지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정국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소기업 도산과 대량 실업 등 구조개혁이 본격화할 경우 현재와 같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당내 발판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따라서 고이즈미는 앞으로 그동안 독자 노선에서 탈피해 당 지도부와 협의를 통한 타협정치를 추진하면서 한중과의 관계에도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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