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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해방

입력
2001.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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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15일 일본이 연합국에게 무조건 항복을 함으로써 우리 민족이 해방을 맞았다. 그로부터 꼭 3년 뒤인 1948년 8월15일 미국 군정이 폐지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돼 우리는 독립을 얻었다.그러니까 8월15일은 우리에게 해방기념일이자 독립기념일이다. 1945년 8월15일부터 1948년 8월15일까지를흔히 해방기라고 부르는데, 문학평론가 김윤식씨는 이 기간의 한국을 ‘해방공간’이라고 명명한 바있다.

해방공간은 나라 만들기의 작업장이면서 분단체제의 원공간이기도 했다. 1945년 8월과 9월 북한과 남한에 각각 진주한 소련군과 미군은 제각기 자신들의 체제를 본뜬 정부가 한국에 들어서기를바랐고, 그것이 여의치 않을 바에야 차라리 분단이 낫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생각은 두 외세에 빌붙어 있던 국내의 정치 세력 다수도 견지하고 있었다. 외세와 외래 이념이 휘두르는 원심력을 감당해내기에 우리 민족의 내적 역량은 충분치 않았다. 그리고 사정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45년 8월15일 여운형이주도하는 조선 건국준비위원회가 결성되고 그 이튿날 전국의 형무소에서 정치범들이 일제히 석방된 것으로 시작된 해방공간은 단순히 다사다난이라는 말로는형용이 미진한 격동의 공간이었다.

그 공간 속에서 송진우 여운형 장덕수 등의 거물 정치인들이 차례로 암살됐고, 정치 집회와 파업과 폭동은 끊일줄 몰랐다.

그러나 시인 김수영은 ‘말리서사’라는 수필에서 해방기의 서울을 ‘몽마르트르 같은 분위기’로 회상한다. 김수영의 기억 속에서 해방기는 “글쓰는 사람과 그 밖의 예술하는 사람과 저널리스트들과 그밖의 레이맨들이 인간성을 중심으로 결합될 수 있는 여유있는 시절”이었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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