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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112)어설퍼도 익숙한 스윙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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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112)어설퍼도 익숙한 스윙이 최고

입력
2001.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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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퍼골(Ed Furgol)은 어린 시절 사고로 왼팔을 크게 다쳐 평생 45도 이상으로 펼 수 없었다. 골프를 잘 하려면 왼팔이 곧고 부드러워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인데 그는 왼팔을 펼 수 없는 치명적인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숱한 비웃음을 사면서 골프에 매달렸다. 자기에게 맞는 나름대로의 효과적인 스윙을 개발하는데 골몰한 끝에 그는 1945년 US오픈에서 우승했고 그해 미국 PGA에 의해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55년 월드컵에서는 개인타이틀을 차지하는 활약을 보이면서 미국팀을 우승으로 이끄는데 큰 공을 세웠다. “불편한 왼팔로 어찌 그리 골프를 잘 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늘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고 한다. “골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어떻게 즐기며 노력하느냐가 문제이지요.”라고.

우리 주변에는 교과서와는 거리가 먼 스윙을 가진 골퍼가 너무 많다. 연습장에 가 보면 모두가 나름대로 스윙을 개선하겠다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지만 ‘맞다! 저런 스윙을 배워야 돼.’하고 탄성을 지를 만한 스윙을 하는 사람은 10명에 한두 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 나머지 8~9명은 모두 엉터리란 말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모두가 자신의 교과서를 갖고 있다. 골프를 생업으로 삼아 하는 사람들은 최선의 결과를 위해 최선의 이상적인 스윙 자세를 굳히려고 애를 쓰지만 아마추어 골퍼가 그럴 수는 없다. 자신의 신체조건, 리듬, 성격 등에 맞는 스윙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체조건이 불리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스윙비법을 터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탁월한 레슨프로라도 자신이 터득하거나 배우지 못한 스윙을 가르칠 수는 없다.

엉성한 폼이나 스윙을 갖고도 얼마든지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그래서 골프는 평등하다. 괜히 이미 굳은 스윙을 뜯어고치려 들다간 골프리듬을 잃어 큰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나이 60을 바라보면서 골프의 묘미를 깨달은 O씨는 보다 획기적인 스코어 향상을 위해 기본부터 재점검하기로 하고 특별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 골프를 배울 때 엉터리로 배워 스윙이 제멋대로인 것이 늘 마음에 걸렸던 그는 ‘너무 뜯어고치면 위험하다’는 레슨프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몇달간 스코어에 신경 쓰지 않을 테니 잘못된 스윙을 완전히 뜯어고쳐 달라”고 요구했다.

두 달간 특별레슨을 받은 O씨는 필드에서 새로 익힌 스윙의 실전훈련에 들어갔다. 확실히 스윙은 전보다 부드럽고 아름다웠다. 주변에서도 새 스윙이 굳어지면 좋은 샷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해 겨울이 올 때까지 혹독한 구조조정의 결과는 결코 나타나지 않았다.

거의 1년을 스윙개조에 매달렸던 O씨는 결국 스윙개조를 포기하고 옛날의 ‘괴이하고 어설픈 스윙’으로 되돌아갔다. 천대했던 자신의 스윙 역시 쉽게 복원되지는 않았지만 ‘누가 뭐래도 나한테 익숙한 스윙이 최고’라는 믿음은 더욱 굳어졌다.

방민준 한국일보 광고본부 부본부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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