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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日 우경화, 즉흥대처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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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日 우경화, 즉흥대처론 안된다

입력
2001.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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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20세기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로시작되어 그 멍에를 벗는 데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던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식민지배로 인한 무지와 빈곤에서어느 정도 벗어나자 우리는 일본과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정립하는 데 정책의 목표를 두게 되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어느 정권보다 이 목표치에 근접한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은 '유감' '사과' 등의 일본측 공식발언의 강도나 문서화 수준으로 대일 외교의 성과를저울질하려 했다.

한·일 관계의 본질이 다소 변화하리라고 생각한 때는 광복50주년을 맞은 1995년. 당시 사회당의 무라야마(村山) 총리는 침략행위에 대한 사죄성명을 냈고, 일본 의회는 반성 결의안을 채택했다.

김대통령이 1998년 오부치(小淵惠三) 총리와 발표한 파트너십 선언은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김대통령은 일본문화에 대한 개방 방침을 밝혔고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 직전 일본 천황의 한국 방문도 추진되는 듯 했다.

그러나 새 천년 들어 두 해째인 이번 광복절은 새로운 다짐으로한·일 관계를 맞기 보다는 역사교과서 왜곡, 고이즈미(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남쿠릴 조업 등 일련의 문제로양국관계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어 8·15를 맞이하는 마음이 유난히무겁다.

일본에서강도 높게 불고 있는 보수 우경화 바람은 불행히도 한·일 관계를 1995년 이전 수준으로 퇴보시키는 듯하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너무 안이하게인식했고, 임기 응변으로 대응했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집착하는이유는 이미 일본 내에서도 여러 차례 설명된 바 있다.

독일이 비교적 짧았던 나치시대만 반성하면 되는 것에 비해 일본은 중·일전쟁이후 근대사 전체를 부인해야 하기때문이다.

게다가그 책임자라 할 천황이 아직도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과거사 청산의 장애물일 수 밖에 없다.

이런데도 우리 정부의 해법은 1995년 오사카(大阪)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때 한ㆍ일 외무장관이합의했던, 다분히 여론무마용인 역사연구공동위원회 설치였다.

현 정부 역시 한·일 영수회담에서이를 계승했으나 가시적 성과는 없었고 결국 역사교과서 파동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일본의 우경화 바람은 일본 사회 내에 누적돼온 일본 국민들의정치·경제적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경제대국의 허울 속에 신음해온 일본인들이 고이즈미 총리를 통해 좌절감을 보상받으려 하고 있다.

우려할 일은 세계적인 신자유주의바람이 일본의 보수 물결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시 미 행정부는 1980년대 레이건·대처·나카소네(中曾根)의 신 자유주의 연대를 고이즈미와 함께 되살리려는 것 같다. 물론 일본의 시장개방을 유도하는동시에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그에 걸맞은 외교적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 국민의 감정을 무마하기 위해즉흥적으로 이뤄진 조치는 결국 역사를 반복하게 할 뿐이다.

최근주일한국대사 소환이라는 조치가 취해진 데 이어 김대통령은 일본 자민당 간사장과의 접견을 취소했으며, 문화관광부는 일본문화 개방 연기를 소리 높여 외쳤다.

문제는 일본의 보수 우경화이슈가 여론을 겨냥한 국내정치의 도구로 활용되면서 그 조치의 실효성은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 정부는 대일 정책에 대해 더 근본적인 고민을해야 하며 실효성이 있는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그것은 곧 현 정부의 과제요 진정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정립하는길이 될 것이다.

이정훈 교수 연세대 국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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