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는 발레'(Killing Ballet).지난해 세계 발레 스타 초청공연에 왔던 러시아 출신 무용수 이렉 무카메도프는 유리 그리가로비치의‘스파르타쿠스’를 그렇게 말했다. 엄살이 아니다. 한 번 공연하고나면 몸무게가 3~4㎏ 빠진다고 한다. 그만큼 힘들다.‘스파르타쿠스’는 세계 정상을차지하고 있는 볼쇼이 발레의 대표작이자 20세기 발레의 최고 걸작 중 하나다. 1992년 볼쇼이 발레가 이 작품으로내한했을 때, 객석은 충격에 빠졌다.
고전발레의 절제된 형식미와는 전혀 다른, 폭발적 힘의 웅장하고 역동적인 무대에 압도당한 것이다. 특히 수십명 남성 군무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엄청난 것이었다.
국립발레단이 이 대작을 올릴 거라고 아무도 상상치 못했다. 실제로 1968년초연 이래 볼쇼이 말고 이 작품을 해낸 발레단은 로마발레단 뿐이다.
27일부터 9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스스로 시험대에올랐다. 기대와 걱정이 엇갈리는 가운데 6월부터 지옥훈련 같은 맹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세계 발레계의 신화적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와 볼쇼이스타였던 그의 아내 나탈리아 베스스메트르노바가 직접 와서 지도하고 있다.
‘스파르타쿠스’는 기원전 1세기 고대 로마의 노예 반란을 다룬 스펙타클 발레다. 노예 검투사 스파르타쿠스는 자유를 되찾기 위해 봉기했다가 로마 장군크라수스에 패해 장렬히 전사한다.
로마 군단의 위풍당당한 행진, 귀족들의 광란의 연회, 로마군과 반란군의 치열한 전투, 수십 개의 창에 찔린 채공중 높이 들려지는 스파르타쿠스의 죽음 등 장관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힘이 넘치는 남성 발레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런 군무들 외에 이 발레의 또다른압권은 주인공들의 2인무와 독무다.
스파르타쿠스와 그의 아내 프리기아, 크라수스와 그의 애첩 예기나의 춤은 강력한 심리 묘사로 이 발레에 깊이를더한다.
차가움과 비열함, 귀족다운 기품이 뒤섞인 로마 장군 크라수스의 복잡한 내면과, 그를 통해 신분 상승을 꾀하는 예기나의 관능과 야망이 복잡하게얽힌다.
스파르타쿠스와 프리기아의 사랑의 2인무는 매우 아름답지만 한 번 추고 나면 머리가 핑 돈다고 할 만큼 아찔한 고난도 기교를 요구한다.
남자들이 맹활약하는 이 작품을 위해 국립발레단은 40명의 남자 무용수를 투입한다.주인공 스파르타쿠스는 국내 최고의 발레리노로 꼽히는 국립발레단의 간판 스타 이원국과, 국립발레단 주역으로 뛰다가 지난해 파리오페라발레단으로 옮긴김용걸이 더블 캐스팅됐다.
이원국은 이 작품을 전력 질주 마라톤에 비유한다. 스파르타쿠스가 죽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기운이 다 빠져서 정말 죽을것 같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스파르타쿠스 역을 맡는 것은 영광”이라고 이구동성으로말한다. 이원국은 김지영과, 김용걸은 볼쇼이발레단원 배주윤과 짝을 이룬다. 크라수스와 예기나 커플로는 신무섭과 김주원,장운규와 김하선이 나온다.
무대의상과 세트는 모두 러시아에서 만들어 갖고 온다. 관현악 연주는 코리안심포니가맡는다. 아람 하차투리안이 작곡한 ‘스파르타쿠스’ 음악은 발레음악의 걸작이지만, 복잡한 리듬과 잦은 변박이 연주자나 무용수를 괴롭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러시아 지휘자 알렉산데르 라브르누크가 이 까다로운 음악을 지휘한다.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 문의 (02)587-6181, 예매 1588-7890.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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