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화해의상징으로 기대됐던 8ㆍ15 남북 공동 기념행사가 불발로 끝날 전망이다. 정부는 13일 북측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민간단체의 방북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진 경과
양측 행사 추진본부는 6ㆍ15 금강산행사 때만해도 8ㆍ15 기념행사를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열고 동수의 대표단을 파견키로 의견을 모았다.
북측은 그러나 8ㆍ15가 임박해오자 서울파견 의사를 돌연 철회하고 행사장소도 평양의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으로 요구했다. 이에 남측은 “남쪽만 방북하는 것은 옳지않고, 행사장소도 변경해달라”고 제의했다. 북측은 그러나 2차례에 걸친 실무협상에서 남측 제의를 거부했다.
결국 남측은 서울과 평양에서 개최하되 북측에선 서울로오지 않고 남측에서만 평양 행사에 300여명이 참석키로 합의했다. 행사 장소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 정부 입장
정부는 북측이 막판에 행사장소를 변경하더라도 절차상 문제 등으로 공동행사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특히 3대 헌장 기념탑이 주한미군 철수와 고려연방제 등과 연관돼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는데다, 북측의 정치선전에 말려들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다 금강산 육로관광이 북측의 합의사항 이행 지연으로 곤란을겪고 있는 마당에 방북을 허용할 경우 북측의 요구만 들어준다는 여론의 비난이 거세질 것으로 판단했다.
■ 북측 의도
북측이 남측이 꺼리는 장소를 굳이 고집한 것은 대내용 ‘체면 세우기’일 가능성이 높다.
상지대 서동만(徐東晩) 교수는 “북한은 남측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대화에 부담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에 내부적으로 기존의 통일운동에 대한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부터 북측이 공동 기념행사를 개최할 의지가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 방북 무산 파장
정부가 민족공동행사를 위한 방북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경색된 남북대화의 유일한 통로였던 민간 차원의 교류를 정부 스스로 막은 셈이 됐다.
북측은 향후 이번 행사 무산을 ‘남측의 탓’으로돌리면서 그 동안 자제해왔던 대남 선전공세를 강화할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당국간 회담의 중단사태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연장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 뿐만 아니라 남측 추진본부도 북측과의 민간교류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北 '3대헌장 기념탑'
북측이 8ㆍ15 남북공동 기념행사 장소로 요구한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은평양_개성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평양시 통일거리 입구에 건설됐다.
15일 준공식을 갖는 이 탑은 ▦조국통일 3대 원칙 ▦전민족 대단결 10대 강령▦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 등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한반도 통일안을 기념하고 있다.
북측은 “3대 헌장이 6ㆍ15 공동선언의 내용과 일치한다”고주장하나, 남측은 “북측의 통일 방안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도로 양쪽에서 남과 북의 여인들이 한반도 지도를 높이 쳐들고 있는 모습으로 높이 30m, 가로 61.5m(6ㆍ15 남북공동선언 상징)이다.
탑신에는 60㎏이 넘는 화강석2,560개가 붙어 있으며 탑신 내부에 해외동포 및 단체들이 보낸 ‘기념 석재’가 부착돼 있다. 남측에선 한총련과 범청학련 남측본부 등이 옥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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