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6월 말 도입된 ‘채권은행협의회운영협약’ 첫 적용 사례가 나오고 구조조정촉진법이 내 달 본격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 채권금융기관의 반대로 더디게 진행됐던 부실기업 처리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13일 채권금융기관에 따르면 컴퓨터 모니터 생산업체인 코리아데이타시템즈(KDS)는 채권은행협의회 운영협약의 첫 대상으로 선정돼 내 달 초 생사(生死)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외환은행을 비롯한 14개 채권은행은 지난 달 중순채권은행협의회를 소집, 85% 가량의 동의로 KDS에 운영협약을 적용하고 결의시점까지 모든 채권 행사를 유예키로 결정했다. 운영협약은 부실기업의처리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소집 통보일부터 결의시점까지 협약 소속 은행들이 해당기업에 대해 채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것.
이에 따라 채권 은행들은채권 행사를 유예한 채 삼일회계법인에 KDS의 자산ㆍ부채 실사를 의뢰해 놓았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3일부터 삼일회계법인이 실사에 들어갔으며 이달 말 신용위험등급 산정을 완료키로 했다”며 “회생이 가능하다고 판정되면 구조조정 및 채무재조정 방안이마련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퇴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KDS는 정보기술(IT) 산업 침체와 저가형 PC사업진출에 따른 수익성 저하 등으로 인해 올 상반기 회사채 500억원 차환발행에 실패하고 회사채 이자 지급을 제 때 하지 못해 지난 달 초 부도설이파다하게 번졌다. 특히 지난 해 말 3,850억원이었던 금융기관 차입금 규모가 6월말 4,760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했다.
하지만 시행 초기인 만큼 부작용도 우려된다. 운영협약은채권행사 유예기간 중 해당기업의 어음 및 수표가 부도처리된 경우 거래정지 처분은 하지 않고 신용불량정보 등록도 유예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KDS의 경우 H신용금고가 돌린 40억원의 기업어음(CP)은 형식적으로 부도 처리됐으며 2금융권과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4,700만달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상환 요청이 들어왔지만 투자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신용정보 관계자는 “공시가 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정보 부족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운영협약이 적용된 지난 달 12일 연속 하한가를 보이던 KDS의 주가가 일부 투자자의 허수 주문 등으로 폭등, 소액투자자들만 피해를 입었던 것이 대표적인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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