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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그르니에 에세이 '일상적인 삶'/산책. 담배. 고독... 12색깔의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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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그르니에 에세이 '일상적인 삶'/산책. 담배. 고독... 12색깔의 명상

입력
2001.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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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이자 철학자인 장 그르니에(1898~1971)의 선집이 4권으로 완간됐다.97년 첫 권으로 나온 ‘섬’과 ‘카뮈를 추억하며’ ‘어느개의 죽음’에 이어 ‘일상적인 삶’(민음사 발행)이 번역됐다.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섬’이 80년대 초 국내에 알려진 이후 장 그르니에의 철학적 산문은 깊이있는 사유, 그것을 전달하는 정제된 언어로 독자들에게 그윽하고도 커다란 울림을 던져왔다.

‘일상적인 삶’에서도 장 그르니에 에세이의 진수가 잘 드러난다. 그가 이 에세이에서 다룬 우리의 일상은 여행, 산책, 포도주, 담배, 비밀, 침묵 ,독서, 수면, 고독, 향수, 정오, 자정의 12개 세목이다.

그에 의하면 산책은 “곧장 걸어나갔다가 왔던 길로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행동”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사 가운데서 우리가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수단”이다.

고독을 이야기하면서 그는 “가까이 있는 사람은 견디지 못하면서 잘 모르는 사람을 향해서는 사랑이 넘쳐날 수도 있다.

멀리 있는 자들을 향한 사랑으로 양심을 편하게 만들기는 쉬운 노릇이다”라며 “어떻게 누구와 함께 자기 밖으로 나갈 것인가?”를 질문한다.

20세기의 중반 무렵에 장 그르니에가 관조했던 일상의 면면들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도 정신없이 돌아가는 지금 이 땅 평균인들의 일상과는 동떨어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상을 되돌아보는 것조차 한가로운 취미로 여겨질 정도로 바쁜 것이 우리의 삶이라 할지라도, 장 그르니에가 말한 ‘침묵’의 한 구절에서 잠시 숨을 돌려보는 것도 좋을 것같다.

“우리를 갉아먹는 까닭 모를 내적인 고통을 침묵시키려면 그저 침묵하기만 하면 될 때가 많다. 우리 마음 속의 그 고통은 우리가 내뱉는 말을 먹고 자라는 것이다." /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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