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이 일본시장 진출을 위한 의미있는 첫 발을 내디뎠다. 1997년 결성 때부터 일본 진출을 준비해 온 자우림은 11일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키타큐슈(北九州)시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비주얼 록 밴드 글레이와 함께 8만 관중앞에서 노래했다.지난해 김건모와 함께 도쿄와 오사카, 홋카이도에서 첫 공연을 가진 적이 있으나 규모나 관객 구성, 홍보 효과 등에서 사실상 이번공연이 본격적인 신호탄이 되는 셈이다.
글레이가 ‘글로벌 엑스포 2001-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 각국의 젊고 실력있는 밴드와 함께 꾸민 9시간짜리 대형 콘서트에는 자우림 외에 대만의 메이 데이, 태국의 돔, 홍콩의 니콜라스 체, 홍콩 스타 비비안 수와 글레이의프로듀서 마사히데 사쿠마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든 다국적 밴드 d.e.p 등이 참가했다.
글레이의 기타리스트 히사시는 미리 준비한 영상을 통해 “확실한세계관과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빠져드는 독특한 매력에 반해 공연을 함께 하게 됐다. 일본은 물론 세계에서도 인기를얻을 만한 흔치 않은 밴드”라고 자우림을 소개했다.
히사시의 소개에 이어 무대에 오른 자우림은 일본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에충분했다. ‘매직 카페 라이드’ ‘밀랍천사’ ‘미스 코리아’ 등 9곡을 부르는동안 관객들은 10개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보여지는 자우림, 그 중에서도 보컬인 김윤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외모에서 풍기는 ‘예쁜여가수’의 이미지를 힘과 테크닉을 겸비한 목소리로 단번에 뒤집어 놓았다.
저음과 비음이 묘하게 섞여노래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음색, 요염함과 거만함, 때로 눈웃음을 통해 드러나는 순진함이 두루 섞인 무대 매너, 거기에 기타와 키보드까지 연주하는김윤아는 확실히 관객들을 압도할 만했다.
이시이 마사코(23)씨 등 대부분의 일본 관객들은 “노랫말을알아 들을 수 없어 아쉽지만, 윤아짱은 노래도 스타일도 너무 멋있다”며 감탄했다.
음악정보지 로손 티켓의 이노우에 아키오 기자도 “좀더 빠른 템포의곡들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은 있지만, 친근하면서도 독특한 멜로디, 매력적인 보컬과 깊이 있는 연주가 어우러져 일본의20대 이상에게 어필할 것 같다”고 평했다.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딘 자우림은 오는 9월 일본에서 베스트 음반 형식의 첫 앨범을 발매하고 내년에는 두 장의 싱글과 첫 정규 음반, 그리고 6개 도시 단독 투어도 나설 예정이다.
음반발매는 일본 소니뮤직의 자회사로 한국음악 전문레이블인 N.U.K.E.S.이, 매니지먼트는 나가부치 쯔요시가 소속되어 있는 Yui 컴퍼니에서 전담한다.
●글레이 콘서트-150억이상 들여...8만명 몰려
글레이는 관객 동원수로 일본 내에서 몇 손가락에 꼽히는 밴드. 매번 10만명이상이 그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몰린다. 이번 후쿠오카 공연은 행정 당국의 제한으로 8만명으로 축소한 드문 경우.
글레이의 콘서트 준비는 치밀하다. 이번 공연에도 폭 150m, 높이 30m의대형 무대를 비롯해 14개의 스피커, 10개의 대형 스크린으로 관객들이 공연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5만5,000여 평의 허허벌판에1,000개의 간이 화장실, 30여명의 간호사가 대기하는 의무실 등을 갖췄다. 무려 150억원 이상이 들었다.
하지만 투자한 만큼 번다. 공연장에서는 엄청난 경제활동이 벌어진다. 후원사는공연장 외곽에 간이 편의점을 열고, 한 카드회사는 공연 티켓을 미리 살 수 있는 신용카드인 ‘글레이 카드’ 회원을 모집하느라 정신없다.
여기에 글레이의 기존 CD와 멤버가 디자인한 로고, 기념품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다.밴드를 좋아한다면 당연히 공연을 보러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콘서트 문화와 더불어 부러운 ‘전략’이아닐 수 없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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