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대 총리들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이유는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다.참배 이유도 ‘전후 정치의 총결산’을 비롯해 일본 천황의 중국 방문에 반대하는 우익에 대한 배려, 일본 유족회 등의 지지 기반 확보 등 제 각각이다.
1985년 8ㆍ15 참배를 단행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는 재임중 일본의 정치 대국화를 모토로 내세우며 일본의 정체성 찾기에 안간힘을 썼다.
관방장관 사설 자문기구로 ‘각료 참배문제에 관한 간담회’를 만들어 토론 분위기를 조성한 후 ‘공식’ 참배로 신중 여론을 정면 돌파한 결심의 배경에는 전후 40년을 맞아 일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국가복권’의 우경화 정신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강한 비판으로 다음 해부터 참배를 연기하고 말았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전 총리는 1992년 천황의 방중을 앞두고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가 자민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인 일본유족회 등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내건‘공식참배’공약을 지키라는 압력을 견디지 못한 그는 천황 방중 직후인 그 해 11월 사적으로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교묘한 정치 수완을 발휘했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총리는 1996년 사전 공표 없이 자신의 생일인7월 29일 야스쿠니를 전격 참배했다.
참배 후 하시모토 총리는 “대제(大祭)가 있는날이나 종전기념일을 피하고 내 생일을 택했다”며 참배가 개인적인 문제라고 굳이 강조했다.
하지만그는 일본유족회 회장에다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의원 모임’ 회장까지 지낸 데다 중의원 해산, 총선거 등의 정치 현안이 맞물려 있어 지지 기반 확보를 위해 참배를 단행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가 유감을 표명했고, 나카소네처럼 다음 해부터 참배를 미뤘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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