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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의 시대 오늘,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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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의 시대 오늘, 다시 묻는다

입력
2001.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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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문학과 삶을 같이 한 문인 6명이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시인 김동환 이상화 박영희, 소설가 최서해 심훈 박종화.1901년에 태어난 이들은‘문학하는 것이 곧 철학하는 것’이었던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이었으며, 우리 근대문학이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문인이었다.

김동환(1901~?)의시 ‘국경의 밤’은한국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긴 장편시(3부 149절)가 출현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고, 극적 효과가 결여되긴 했지만줄거리를 갖췄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시사 최초의 서사시’로 평가받는다.

김동환은 그러나 1940년대 들어 창씨 개명을 하고 징병을 부추기는글을 쓰는 등 친일 경력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

이상화(1901~1943)는허무주의를 거쳐 좌파로 돌아선 지식인 중 한 사람이다. 1920년대 초반 ‘마돈나! 나의 침실로 가자’(‘나의 침실로’) 같은모호한 시어를 썼지만 1925년 카프에 가입하면서 전환을 이뤘다.

그가 문학에서 민중을 발견하고 조국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켰던 시기가 이때였다.시인은 이런 깨달음을 통해 걸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내놓았다.

박영희(1901~?)는굴곡 많은 우리 문학사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문학활동을 했던 지식인이다. 1920년대 초 퇴폐적인 시를 썼다가 1925년 카프를 조직, 신경향파문학의 지도자로 떠올랐다.

그는 그러나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요 잃은것은 예술이다”라는 유명한 선언을 남기고 전향했다. 그의시는 근대시의 형성에, 감상문은 신경향파 문학의 전개과정과 맞닿고, 소설은 내용ㆍ형식 논쟁의 배경으로 작용했으며, 전향선언은 프로문인의 전향에 대한 해명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최서해(1901~1932)는체험의 소설가이다. 소설이 작가의 경험을 기저에 깔고 있다지만, 최서해처럼 자신의 생생한 체험을 소설 속에서 드러내는 작가를 찾기도 쉽지 않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0대에 간도로 건너갔으며, 그곳에서 극도의 빈곤과 기아에 시달렸다. 그는 가난이 인간의 감정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끼치는지를 몸소 겪었고 그 체험을 ‘홍염’ ‘탈출기’ 같은 소설로 썼다.

심훈(1901~1936)은소설 ‘상록수’의작가로 알려졌지만, 시인이고 영화인이기도 하다.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을 때 그는 신문 호외에발표한 시에서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약한 족속이라고 부를 터이냐”라고 외쳤고,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은 영화 ‘먼동이 틀 때’로 우리 영화사에 자취를 남겼다.

30대에 들어 낙향, 농촌 계몽에 힘쓰는 조카를지켜 보며 ‘상록수’를 창작했지만 전염병으로 서른다섯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등단 초기시인으로 활동했던 박종화(1901~1981)는 1920~30년대 신경향파 문학에 반기를 들고 민족과 역사를 떠난 문학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무렵부터 역사소설을 쓰기 시작해 ‘금삼의 피’ ‘세종대왕’ 등을 발표했다. 그는 일제 말기 창씨 개명을 거부하는 등 끝까지 저항했고,광복 이후 민족문학운동의 지도자로 활약했다.

근현대사의희비와 그대로 맞물린 생애를 살다 간 이들 6인의 탄생 100주년은 한국문학을 다시 점검케 하는 계기다.

월간 ‘문학사상’은 8, 9월호에 걸쳐 특집을 마련하고, 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은 9월말 6인의 탄생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공동개최한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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