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마련한 자립형 사립고 도입 계획이 보도된 지난 9일 저녁, 다음날자조간신문 가판에 유인종(劉仁鍾) 서울시교육감의 자립형 사립고 불가 방침이 대서특필됐다.그러자 시교육청에는 곧바로 청와대에서 보도진상을 묻는 전화가걸려왔다. 최희선(崔熙善) 교육부 차관과 유 교육감의 타협이 무산된 10일에는 최 차관과 서범석(徐凡錫) 시부교육감이 청와대에 들어갔다. 최 차관은“올림피아드 때문이었다”고 ‘청와대 방문’의 이유를 해명했다.
이번 갈등을 자초한 것은 교육부다. 지난 6월 ‘2003년 개교’를 발표했을 때만해도 일정상 무리가 없었다. 여론수렴을 할 시간도 있었다.
그런데 무엇에 쫓겼는지 불과 한달 만에 ‘내년 개교’로 급선회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교육부는 입학전형의 변경을 10개월 전에 공고하도록 하는 현행법에 예외조항을 둔다는 무리수까지 두었지만 시ㆍ도 교육청의 추천이 필요한 자율학교형태로 일을 서두르다 발목 잡히고 말았다.
왜 서둘렀을까. 교육계에서는 “번개불식의 정책 변화가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때문”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발표하는 정책마다 언론의 포화를 맞으면서 청와대의 질책을 받자 교육부가 한건 올리려다 일을 그르쳤다’는 설부터 ‘청와대고위 관계자가 자립형 사립고 후보학교의 동문이어서 조기도입토록 압력을 넣었다’는 음해성 귓속말까지 흘러다니고 있다.
국민의 의사는 묻지도 않은 채 5일째 힘겨루기만 계속하는 교육부와 시교육청의 모습도한심한 판에 이제는 청와대마저 끼어들어 구설수를 타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이 이래서야 교육이 언제 바로 설 것인가.
안준현기자 dejavu@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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