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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 / 끔찍한 사극?

입력
2001.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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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11, 12일) 저녁, 가족과 KBS 대하드라마 ‘태조왕건’을 보다 두 번이나 놀랐습니다. 고려와 후백제 왕자들 간에 벌어진 조물성 전투장면 때문이었습니다. 드라마로서는 보기 드문 대규모 액션장면에 놀랐다고요? 그게 아닙니다. 끔찍한 폭력장면 때문이었습니다.11일 ‘태조 왕건’은끝부분에 견훤의 막내 아들 금강이 고려군의 화살에 눈을 맞는 장면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총알처럼 날아온 화살은 금강의 오른쪽에 박혔고, 금강은 피가 철철 흐르는 화살을 잡고 “공격하라”를외쳤습니다.

‘태조 왕건’은 그 장면을 거의3분 동안 계속 내보냈습니다. 누구보다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아이들의 채널 선택으로 여자들도 많이 보는 드라마에서.

‘태조 왕건’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12일에는 그 장면을 처음에 다시 5분 동안 내보내는 ‘용기’를발휘했습니다.

그러면서 더욱 끔찍한 장면을 추가했습니다. 금강이 피가 줄줄 흐르는 화살을 스스로 뽑아내서는 그 화살에 박힌 안구를 “부모님이 주신 것을 함부로 할 수 없다”며 먹는 ‘엽기적’인 장면을 노골적으로 연출했습니다.

그 순간 도저히 TV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는 구역질을 했고, 아이들은 눈을 가렸습니다. 아마 그 시간 대부분의 가정이 그랬을 겁니다.

지난주 SBS ‘여인천하’에서는 이덕화와 강수연이 어른이 봐도 민망스러울 선정적인 장면을 방영했고, 걸핏하면 여성의 가학적인 말투와 매질이 나오고, 심지어 동성애까지 등장했습니다.

방송 스스로 선정성과 폭력성을 없애자는 ‘심의제로’를 선언하고,스포츠신문의 선정성을 비판하면서 사극에까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장면들을 내보내는 이유가 뭘까요.

끈질긴 도전 끝에 마침내 시청률 1위 자리에 오른 ‘여인천하’ , 넉 달 동안 최고 자리를 지키다 밀려난 ‘태조 왕건’. 하나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또 하나는 그 자리를 빼앗기 위해서라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여전히 방송은 시청률의 노예이고, 그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공의 적’이 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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