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가격을 인하해도 수요가 따라주질 않습니다.”첨단산업의 대표주자인 국내외 전자ㆍ통신업체들이 이른바 ‘가격인하 무용론’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격을 내리면 마진은 줄어도 수요가 늘어나 매출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엔 가격을 인하해도 수요는 꿈쩍도 않고 수익 여건만 나빠지는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분석기관들이 내놓은 2ㆍ4분기 미국 90대 기업의 실적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가격인하를 단행해도 매출은 평균 8% 증가하는데 그쳤고 수익은 평균 34% 줄었다.
최근엔 세계 최대의 컴퓨터 회사인 미국 델이 PC가격을 20% 인하하고 세계 1위 반도체업체 인텔이 ‘펜티엄4’칩 가격을 3분의 1로 낮추었으나 매출 및 수익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년 전 개발 초기 300만원이 넘던 LCD 모니터의 가격이 최근 업계의 지속적인가격인하 정책으로 60만~70만원으로 떨어졌지만 수요가 전혀 형성되지 않아 업계의 채산성만 나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인하의 ‘약발’이 통하지않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것이 첫번째 이유다. 정보기술 시장자체가 신규수요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컴퓨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성숙되면 신규 수요는 크게발생하지 않고 교체수요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져도 수요가 늘지 않는 것”이라며 “미국 PC 시장에서 구매의 75%는 기존 제품을 바꾸는 교체 수요”라고 말했다.
또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개발돼 한 제품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고 구매력이 분산되는 경향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인력 감축과 물류 효율화, 비수익 사업 포기 등 구조조정을 통해 코스트를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서비스부문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사업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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