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이적 단체’인조국통일 범민족 연합(범민련)이 연방제 통일방안 추진 등 핵심 조직 강령과 규약을 개정, 합법화를 추진키로 해 재야및 학생운동권의 통일운동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범민련 남측본부는 12일 “검찰과 법원이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근거로 삼아온 강령과 규약을 개정ㆍ삭제, 합법화를 공식 추진키로 했다”며“24일께 한국대학 총학생회연합(한총련)과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헌법소원 등 합법화를 위한 다각적인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검찰,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등 당국이 1991년 1월 범민련 남측준비위 결성 때부터 이적 단체로 규정해온 범민련의 노선전환은 역시 ‘이적 단체’인 한총련의 합법화추진과 맞물려 재야ㆍ학생 통일운동의 획기적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특히 이적 단체 규정을 담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실효성에 대한 법적 논쟁과 현재의 남북한 관계 및 북한 체제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정치ㆍ사회적 논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범민련이 이적 단체로 규정된 핵심 근거는 ‘연방국가를 통한 통일 방안 추진’을 명시한 강령 제4항과 ‘남북과 해외의 통일세력이 모두 참여하는 8ㆍ15범민족대회 실시’ 를 담은 규약 제7조다.
공안당국은 연방제를 북한의 고려연방제를 답습한 것으로 판단해왔고, 해마다 8ㆍ15를 즈음해 남북한과 해외에서 동시 개최해온 범민족대회 역시 친북이적행사로 규정해 왔다.
그러나 범민련은 지난 8일 남측본부 의장단 회의에서 문제의 연방제 통일 조항을6ㆍ15 남북 공동 선언에서 합의된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 방안 추진’으로 개정하고 범민족대회규약을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민련 관계자는 “북측본부로부터도‘개정 강령과 규약에 동의한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남ㆍ북한과 해외범민련이 모두 참가하는 최고 의결 기구인 ‘범민족회의’에서 곧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총련은 이미 지난 4월 연방제 통일 추진과 관련된 강령을 삭제한 바 있다.
범민련 박준형(朴俊亨) 연대사업국장은 “앞으로도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통일 운동을 해나갈 것”이라며 “당국의 전향적 검토와 수용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두 단체가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안에서 활동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강령의 개정 내용과 실제 활동의 변화, 위장전술 여부 등을 면밀히 살펴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법적절차를 밟아 이적단체 해제를 공식 요청해올 경우 관련 기관과 함께 신중히 검토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범민련
범민련은 1990년 11월20일 남한과 해외의 재야단체, 북한 등 3자가 베를린에서 회담을 갖고 남북한 통일을 위한 범민족대회 개최를 목적으로 결성한 통일운동 단체다.
산하에 남ㆍ북한 및 해외 등 3개 본부가 있으며, 남측 본부는 준비위가 91년 1월 만들어져 95년 정식 결성됐다.
그러나 준비위 출범 당시부터 공안당국으로부터 이적단체로 규정돼 조직원들이 매년 8월15일 범민족대회때 마다 연례행사처럼 수배 구속됐고, 대법원은 97년 이적단체로 확정 판결했다.
범민련 남측본부 산하에는 한총련 범청학련 등 4개 사회ㆍ청년단체와 6개 지역조직이 있으며 이들 조직도 역시 당국에 의해 이적단체로 규정돼 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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