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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서] '체면·술의 감옥'에 갇힌 한국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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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서] '체면·술의 감옥'에 갇힌 한국남성

입력
2001.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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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7년 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처음 왔다. 당시의 나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다는기대와 꿈에 부풀어 있었다.그리고 서울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곧 서울과 같이 거대한도시에 사는 것이 많은 스트레스와 함께 몇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어떻게 매일 술집이 학생과 직장인들로 가득 차는지 의아해 했는데 곧 이들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 수준을 넘어 주중에도 습관적으로 상당한 과음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친구와 이야기하려면 꼭 술을 마시러 가야 했는데이 때 알코올이 일, 사람, 돈 때문에 생기는 모든 스트레스의 해소제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술을 즐기지 않는 나에게는 전혀 도움이되지 않았다.

하지만 취할 때까지 마신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고민을 털어놓기 위해 엄청난 양의 술을 마시면서도 그 고민을 다 해소하지 못했다.

만일 가끔씩 취중에 불상사가 생겨나면 다음날 마치 ‘광대짓’처럼용서받거나 잊혀지게 마련이었다. 누군가 그 자리에서 진심으로 자신의 부부생활의 고민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누군가 성실하게충고를 해 줄 수 있었을지 의문이었다.

한국 남성들은 알코올에 의존하지 않으면 자기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줄 모르는 것같다. 그러면서 이들은 문제를 합리적 해결하는 방법을 모른다.

나 역시 주변 친구들에게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으면 소문이 날까 봐,또는 나를 ‘여자 같다’며 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됐다. 모든 괴로운문제를 술로 해결하는 한국인들의 정서가 급증하는 자살률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최근 큰 결심을 하고 나의 우울증과 관련해 병원에서 상담을 했다. 그리고 전문적인 조언을 들었는데 내가 아주 흔하고 치료법도 간단한 ‘만성피로 증후군’에 시달려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부모님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핑계로 가족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지않았던 나는 당시 한 인간으로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특히나 ‘남자’로서 약한 모습을드러내는 것 보다는 아예 모든 문제를 없었던 것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조언은 우리를 스스로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해질 수 있게 해준다.또 다른 사람의 시선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국인은 ‘체면’에 목숨을 건다. ‘공식적이며사회적인 표정’의 상시적 유지가 습관화되어 암암리에 개인적인 문제를 애써 무시한다.

하지만 이 완고한 ‘체면’의밑바탕에는 외부로부터의 거절과 조롱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스스로 약한 부분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이다.

한국은 최근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의 필요성에 대해 절실하게 깨닫고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 사이의 자발적인 공동체 형성인 것 같다.

비인간적이며 냉정한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약육강식사회의 일원으로 느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온정적인 소규모 집단들은 이를 보완하며 서로를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런 공동체는의사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남성은 안팎으로 지나치게 ‘완벽할 것’을요구 받는다. 복잡한 감정을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으면 쉽게 해결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유약하게 보이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두려워 해서는 안 된다. 주변의 충고 한마디가 과음보다 훨씬 이롭다.

매튜 스틸(호주인)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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