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와 도시에 대한 첫 인상은 비행기 안에서 결정됩니다. 도착지 공항의 하늘에서처음 내려다보는 풍경이 가장 기억에 남기 때문이죠.메콩강의 거미줄 같은 물줄기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베트남 호치민시(옛 사이공), 푸른 바다에섬이 보석처럼 흩뿌려져 있는 몰디브, 거친 파도를 맞는 바위 절벽을 넘어 마천루를 만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이 하늘에서 보았을 때 무척 아름다웠던것으로 기억됩니다. 지금도 그 풍광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죠.
이번 일본 취재여행까지 인천국제공항을 두 번째 이용했습니다. 첫 여행은 비행기안쪽 좌석에 앉아서 바깥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귀국할 때 창문 쪽 좌석에 앉았습니다. 도착 예정시각은 해가 뉘엿뉘엿할 때. 그러나장마 구름이 짙게 껴 서울 근처에 이르기까지 아래를 볼 수 없었습니다.
곧 인천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마자 비행기가 구름 아래로 내려왔습니다.갑자기 탄성이 터졌습니다. 제가 낸 게 아니라 승객의 탄성이었습니다.
비행기는 붉은 낙조 사이를 날고 있었습니다. 하늘과 인천의 앞바다는 온통붉은 색이었습니다. 반짝거리는 물비늘 사이로 서해의 섬들이 검은 실루엣으로 펼쳐지고 연락선과 어선이 남기는 하얀 포말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마침밀물 때였는지 한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은 크게 소용돌이치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지금까지 하늘에서 본 어떤 나라나 도시보다 가슴을 뛰게만들었습니다.
승객 중에는 한국인보다 일본인 관광객이 많았습니다. 일부는 안전띠를 풀고 창쪽으로다가갔다가 승무원의 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속으로 뿌듯했습니다.
환경파괴, 부실공사, 준비부족 등 숱한 비판 속에서도 결국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계산했던 것이든 우연한 것이든 도착할 때의 풍광은 정말 멋졌습니다.
많은 걱정을 뿌리치고 아직 큰 사고 없이 운영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에 이렇게낭만적인 칭찬을 보탠다고 누가 손가락질하지는 않겠지요.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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