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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폭탄주에 취한 '여야 정책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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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폭탄주에 취한 '여야 정책協'

입력
2001.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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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들이 술 솜씨 만큼만 일한다면 우리 경제가 훨씬 좋아졌을 겁니다.”지난 9일부터10일까지 1박2일간 과천 중앙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여ㆍ야 경제정책협의회’ 실무를 맡았던 한 공무원이 털어놓은 말이다.

정책협의회에 참가한 총18명의 여야 국회 의원들은 10일 밤 11시께 예정된 일정이 끝난 뒤 구내 식당에서 양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이른바 ‘폭탄주’를 새벽 3시까지 주고 받았다.

의원들은 지난 5월20일 천안에서 열린 ‘1차 여ㆍ야ㆍ정 정책포럼’ 때도 양주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소주와 양주를 섞은 ‘소주 폭탄’까지 제조해 화제가 됐다.

의원들의 말대로 허심탄회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술을 마신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그러나 폭탄주까지 마셔가며 의원들이 내놓은 작품은 실망 그 자체이다.

여ㆍ야 의원들은 정책협의회 안건으로 오른 13개 의제 중 단 하나(30대기업 지정기준 변경)에 대해서만 합의를 이뤘을 뿐 급격히 가라앉는 경제를 살리고 서민생활안정을 위한 감세와 추경문제는 정치적 이해때문에 아무런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번에 합의한 ‘30대기업 지정기준 변경’에 따라 정부의 규제를 받는 30대기업집단이 재계가 원하는 대로 대폭 줄어들게 됐다.

이번 뿐 아니다. 지난 5월 정책포럼 때 합의된 7개 분야18개 항목 중 대기업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출자총액제한 예외인정’만 유일하게 제대로 이행되고 있다.

여야가 정말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이끌어냈어야 할 추경, 감세 등 산적한 현안들은 모두 내버려두고 재벌을 위한 규제완화에만 합의한 이번 모임은 무엇을 위한 행사였고, 누구를 위한 모임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결과로 볼 때 다음 번 여야 정책협의회는 열리지도 않을 것 같고, 굳이 열릴 이유도 없는 것 같다.

조철환ㆍ경제부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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