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정책의 골간을 이루는30대 기업집단 지정제도가 8년 만에 개편되게 되었다. 여야는 지난 주 경제정책협의회에서 사사건건 등을 돌리면서도 이 대목에서 만큼은 의견일치를보았다. 그만큼 많은 문제점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우리 역시 재벌개혁의 후퇴우려에도 불구하고 30대 지정제도의 개정 불가피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것은 총액출자 제한이나 부채비율 제한 같은 여타 규제와는 달리 지나치게총괄적이고, 또한 낙후된 제도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자산 70조원의 기업과 2조원의 기업을 동일한 잣대 아래 놓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문제는 앞으로 합리적인 개편안을마련하는 것이 보통 만만한 과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로서 정해진 것은 기업집단 지정대상의 기준을 ‘자산순위’에서 ‘자산 규모’로 바꾸기로 한 것 뿐이다.
여야는 이에 원칙적 합의를 보고도 구체적 기준설정에 대해서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벌써부터 관점과 이해관계가 충돌하고있는 것이다.
자산규모를 정하는 일은 매우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우리는 논의의 선후(先後)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우리가 보기에 먼저 해결되어야 할 것은, 지정제도 개편에 따라 떨어져 나갈 재벌기업에 대한 대책이다.
한마디로 이들을 완전히 ‘해방’시켜서는 곤란하다. 따지고 보면 잠재 부실과 시장교란요인을 더 많이 안고 있는 게 바로 하위급 재벌들이다. 이에 대한 방책이 먼저 마련돼야만 완화기준 설정도 합리성을 갖게 될 것이다.
이번 개편이 자칫 개악으로 흐르지 않으려면 전방위적인 연구검토와 철저한경제논리, 광범위한 여론수렴이 먼저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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