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7일)를 보내면서 아침 공기가많이 달라졌다. 여름은 이제 보따리를 싸기 시작하는 듯. 때 맞춰 가을을 기다리는 축제가 곳곳에서 열린다.꽃의 향기와 풀벌레의 정취가 함께 어우러져있는 행사는 어떨까. 초가을 가족 나들이에 적당한 ‘아름다운 축제’를 꼽아본다.
■무안연꽃대축제(전남 무안군 일로면 복룡리 일대)
매년 이맘 때부터 위용을 또 드러낸다. 사나운 비를 맞거니 진한 햇볕을 받을수록 그 푸르름은 더욱 짙어만 간다. 무안 회산방죽은 연지(蓮池)이다.
연꽃 중에서도 덩치가 가장 큰 백련이산다. 잎사귀가 커다란 보자기를 펼쳐놓은 것 만 하다. 그 거대한 수생식물이 10만여 평의 너른 호수를 빽빽하게 메우고 있다.
백련 군락지로는 동양에서 가장 넓다. 바람에 흔들리면 진한 초록색 파도가 거칠게 인다.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기이한 감동이 탄성으로 흘러나온다.
백련은 벚꽃처럼 와르르 폈다가 한꺼번에 지는 꽃이 아니다. 7월부터 9월까지 석 달간 꾸준히 꽃대가 올라오고 하얀 꽃이 연이어 핀다.
매년 8월 말, 9월 초면 무안군에서 연꽃축제를 연다. 1977년 종교적 색채가 짙은 행사로 시작되었다가 IMF 체제를 겪으면서 호국축제의 성격을 띠게 됐다.
올해 축제 기간은25일부터 28일까지. 법요식, 풍물, 김덕수 사물놀이 공연 등 공식행사 외에도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했다. 연꽃사생대회, 수박먹기대회, 새끼꼬기대회 등에 참여해 볼만 하다.
회산 연꽃방죽은 멋진 생태학습장이기도하다. 지난 해 수생식물 자연학습장을 조성했다. 700여 평의 뻘에 30여 종의 희귀 수생식물을 심었다.
홍련, 가시연, 왜개연, 수련, 물양귀비,물달개비, 부레옥잠…. 칼날 같이 도도한 꽃잎을 자랑하는 수련이 볼만하다. 문의 무안군청 문화관광과 (061)450-5226
■봉평효석문화제(강원 평창군 봉평면)
봉평의 한가운데를 흐르는 흥정천은차기로 유명하다. 한여름에도 15도를 넘지 않는다. 그래서 봉평에는 가을이 일찍 온다.
가산(可山) 이효석(李孝石ㆍ1907~1942)의 ‘메밀꽃필 무렵’은 이미 흥정천을 따라 와 있다. 그 흐드러진 꽃과 문학의 향기 때문에 산골마을 봉평은 초가을의 으뜸 여행지가 됐다.
가장 넓은 메밀밭은 봉평중학교 옆의효석문화마을 부근이다. 소설 속 허생원이 성서방네 처녀를 만나 옷고름을 풀었던 물레방앗간이 옛 모습대로 복원됐다.
그의 문학비가 물소리를 들으며서 있는데 ‘인생은 짧았지만 그 짧은 인생 속에서 남긴 문학은 조선의 언어예술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라고 적혀 있다.
재작년부터 봉평은 개화기에 맞춰 효석문화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31일부터 9월 3일까지이다. 축제의 이름을 빌린 것은 세 번째이지만 20년 넘게 진행해 온 효석백일장이 효시이다.
축제 기간 봉평은 이효석이 살았던 시대로 돌아간다. 1930년대의 장터를 그대로 재현한다. 그 시절 장돌뱅이 복장을 갖춘 상인들이 좌판을 차리고 메밀 음식이 상에 오른다.구수한 강원도 산골의 풍미를 맛보기에 모자람이 없다.
지난 해에는 음력 초순에 문화제 일정을잡아 달을 볼 수 없었다. 올해는 9월 3일이 음력 보름. 보름달에 비쳐 소금처럼 반짝거리는 메밀꽃의 정한을 느껴 볼 기회이다. 문의 가산문학선양회(033)335-2323
■무주반딧불이축제(전북 무주군 일원)
농약과 공해 때문에 사라진 것은 개구리와 메뚜기만이 아니다. 여름 밤을 반짝거리며 수놓던 반딧불이는 아예 씨가 마른 듯 보기 힘들다.
오죽하면 정부에서 반딧불이와 그 먹이인 다슬기의 서식지 전북 무주군 일대를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했을까.
반딧불이축제는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에 대한 사랑을 배우는 환경축제이다. 25일부터 29일까지 무주의 한풍루, 공설운동장, 남대천 변 등에서 열린다.
반딧불이 번성 기원제 및 반딧불이먹이인 다슬기 방류행사를 시작으로 환경정책 포럼, 황소개구리잡기대회 등 환경이벤트가 행사의 주종을 이룬다.
아이들이 솔깃할 행사는 반딧불이 신비탐험.반딧불이의 집단 서식지를 찾아나서는 여행이다. 반딧불이의 일생, 서식분포 등 해설도 곁들여진다.
단체 신청자는 반드시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문의 무주군청 문화관광과 (063)320-2544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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