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ㆍ야 3당 정책협의회가 10일 발표한 내용은 감세 및 추경처리 등 핵심쟁점에 대한 합의점을 마련하는 데 실패하고, 30대기업 집단지정제 등 기업규제완화 및 민생경제 현안 해법도 원론적 수준에 그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던 30대기업 집단지정제의 경우 현행 자산순위에서 일정 자산규모 이상으로 개정한다는데 의견을 모았을 뿐, 자산규모등에 대해선 팽팽한 이견을 보였으며, 추경처리도 여야간 경기활성화 방안을 둘러싼 뚜렷한 입장차이로 국회 예결위 심의방안 조차 합의하지 못했다.
■ 추경 감세 등 핵심 쟁점 평행선
여야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범위안에서 ‘세원은 넓히고, 세율은 낮춘다’는 원칙 아래 국민 세부담을 줄이기 위한 세제개편을 추진키로 원칙적인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감세방법에서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난상토론만 벌였다.
한나라당은 소득세, 법인세 등 5조원을 경감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이를 위해 관련세법을 정기국회에서 개정하자고 제의했으나 당정이 올해 세수전망이 불투명하다며 거부했다.
한나라당은 여당의 추경처리와 감세카드를 맞교환(빅딜)하는 방안까지 추진하는 등 감세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당정은 이에대해 중소사업자와 봉급생활자들의 세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여ㆍ야3당과 정부가 참여하는 별도소위를 구성해 9월 10일까지 결론을 낼 것을 수정 제의했지만 역시 불발로 끝났다.
5조555억원 규모의 추경처리도 팽팽히 맞섰다. 당정은 재정의 경기 대응기능을 뒷받침하기 위해 추경을 원안대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 진폭을 더 크게 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고수한 채 내년 예산에나 반영하자고 맞섰다.
여당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추경에 대해 예결위에서 곧바로 심의에 착수하자고 제안했으나 이마저 거절당했다.
■ 기업규제 완화도 원론적 수준 그쳐
여야는 경제력집중 완화를 위해 도입한 30대 기업집단 지정제도를 고치기로 합의했지만, 자산규모를 어느 수준으로 정할지 등에 대해선 논란을 벌였다.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특히 규제대상을 자산기준 40조원 이상인 삼성, LG, SK, 현대차 등 4대그룹만 포함시키자고 강력히 주장했으며, 이남기(李南基) 공정위원장이 즉각 반론을 제기하는 등 한때 분위기가 술렁거렸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야당의 대폭축소론에 동조하기도 했지만, 당정은 결국 일정 자산 이상의 재벌만 규제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어정쩡하게 봉합하는 선에서 매듭을 지었다.
출자총액제한 및 부채비율 200% 제한도 한나라당이 건전한 기업에 대한규제를 국제 수준으로 완화한다는 취지로 없애자고 주장했지만, 당정은 이들 제도의 폐지는 재벌개혁의 포기를 의미한다며 강력히 반발, 합의문에 언급조차하지 못했다.
다만 여야는 시장불안의 ‘뇌관’인대우차등 부실기업들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처리하고,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공개,철저히 관리키로 했다. 이에 따라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밖에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대해서는 여야가 원칙적으로 찬성을 표시하면서도 민주당은 내년부터 단계적 시행을, 한나라당은 경제적,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단계적 추진을 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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