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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지정제 진통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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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지정제 진통 불가피

입력
2001.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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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기업들을 규제, 관리하는 정부 재벌정책의 상징인 ‘기업집단지정제’의 틀이 마침내 바뀐다. 여ㆍ야3당 경제정책협의회 합의에 따라 내년 4월부터 대규모기업집단의 지정제도가 현행 자산순위에 따라 1~30위까지 일률적으로 끊는 방식에서 일정 자산규모(수준) 기준으로 바뀌게 됐다.하지만 자산규모 기준 등을 둘러싼 여ㆍ야 및 부처간 입장이 워낙 판이해 ‘힘겨루기는 이제부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산규모 기준 어떻게 될까.

재경부나 산자부는 규제대상 기업은‘소소익선(少少益善)’이라는 입장이다.

산자부 고위관계자는 “삼성(1위ㆍ69.9조)의 자산총액은 고합(30위ㆍ2.5조)의 약 28배에 이르는 데다 1~4대 그룹과 10대이하 그룹의 차이를 보더라도 ‘경제력집중 억제’를 명분으로 한 현행 지정제도는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한나라당의 경우 5대 내외, 여당과 재경부는 10대그룹 선이 ‘적정’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제도를 운영하는 공정위의 입장은 ‘김칫국 마시지 말라’는 것.

이남기(李南基) 공정위원장은 정책협의회 직후 “범위 지정의 방식을 합리적으로 바꾸자는 데 합의했을 뿐”이라며 “섣불리 대상기업이 줄어들 것으로 예단하지 마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기업풍토와 자율규제 메커니즘이 달라지지않은 만큼 범위가 축소되더라도 미미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자산총액 3조~5조원 이하로는 결코 낮출 수 없다”고 말했다.

하한선이 3조원이 될경우 대상그룹은 26개(8월1일 기준), 5조일 경우 19개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 여당의 ‘구상’대로 10조원이 되면 12개 그룹으로 줄어든다.

공정위는 제도 개선시한은 내년 4월 이전이지만 신규 지정에 필요한 소요시간을 감안하면 늦어도 연내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고, 이후 본격적인 부처간 협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진통은 이제부터

자산총액 하한선 뿐 아니라 출자총액제한 비율(현행 25%)을 비롯한 실질적인 규제내용을 둘러싼 마찰도 만만찮을 듯하다.

정부 한 관계자는 “현행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기업투자 및 공기업 민영화 등에 핵심적인 걸림돌”이라며 “예를 들어 현행 규정상 SK 등 대기업은 파워콤을 인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가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개입하는 것은 옳지만 기업의 ‘선량한’ 투자까지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월권(越權)”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자제한의 예외 및 유예 범위 등에 대한 손질이 뒤따르지 않는 한 이날 합의의 의미를 살리기 힘든 만큼 부처간 협의과정에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집단 지정 예측성 제고

재계는 이번 합의에 대해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진일보한 조치인 것만은 분명하다. 적어도 대규모기업집단에 지정될 지 여부를 예측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행 순위방식에 따르면 상위 그룹의 변동에 따라 하위그룹이 제외되거나 포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1987년 도입 당시 자산총액 4,000억원이 넘을 경우 지정됐으나 92년 대상 그룹이 무려 78개로 늘어나자 현행 순위방식으로 바뀐 바 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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