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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야스쿠니 참배 왜 고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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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야스쿠니 참배 왜 고집하나

입력
2001.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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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기념일인 15일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공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川純一郞)일본 총리가 국내외의 반발에 부딪쳐 장고에 들어간 가운데 참배 자체를 할 것은 분명해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을 비롯한 연립 3당 간사장들은 “최소한 15일은 피해 달라”는 요청을 거듭하고 있어 참배 날짜는 ‘숙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나 그 동안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으로 보아 참배 자체는 조금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보인다.

고이즈미 총리가 야당과 언론의 반대와 자민당내의 논란 및 왜곡 역사 교과서 문제로 대일 감정이 고조된 한중 양국의 반발에도 불구, 참배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지 고수

자민당 총재 경선을 앞둔 4월15일 그는 일본 유족회 부회장인 모리타 쓰기오(森田次夫) 참의원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총재가 되면 반드시 8월15일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튿날 일본유족회 사무실을 방문해서는 공식 참배까지 약속했다. 이후 그는 여러 기회를 통해 공개적으로참배를 다짐했다. ‘공식’은 어느새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지만 참배 방침은 요지부동이었다.

자민당 총재 경선 승리와 총리 취임 이후 그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았다. 국민은그에게 열광했고 고통을 동반한 경제구조개혁에도 선뜻 동의했다. 자민당이 7월말 참의원 선거에서는 압승한 것도 그의 개인적 인기 덕분이었다.

국민의 신망은 기존의 자민당 정치인들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그의 언행에서 비롯했다.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일언거사’(一言居士)라는 별명처럼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고 한번 말하면 반드시 지킨다는 이미지가 정착해 있다.

수없이 반복해서 언급한 참배를 단념할 경우 그 동안 쌓아 올린 평가는 송두리째무너진다. 구조개혁에 대해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자민당의 ‘개혁저항세력’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대중적 인기가 최대 기반인 고이즈미에게 이는 정치적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다.

▽개인적 이유

2월9일 시국강연을 위해 가고시마(鹿兒島)현을 방문한 그는 치란초(知覽町)특공평화회관 ‘영령 코너’에서 울먹이며 고개를 숙였다.

구 일본군의 비행장인 이곳에서 ‘가미가제(神風) 특공대’1,029명이 참전했다. 방위청장관을 지낸 아버지 준야(純也)씨의 사촌도 25세 때 특공대원으로 전사해 1954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됐다.

고이즈미의 부친은 사촌을 포함한 가미가제 특공대 이야기를 어린 그에게 들려 주곤했다. 때문에 그는 가미가제 특공대에는 특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특공 대원들의 심정에 비하면 이 정도의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기분으로 임하고 있다”는 말이 입버릇이 됐다.

▽주변국 경시

그는 한중 양국의 반발을 신중하게 수용하는 눈치가 아니다. 참배에 따른 외교적 손실을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한중 양국의 대응조치에 한계가 있으리라는 계산과 함께 미국하고만 잘하면 된다는 편향적 생각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고이즈미 야스쿠니신사 관련 발언록

▦“총리가 되면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하겠다.”(4월16일 일본유족회 간부들에게)

▦“총리에 취임한다면 8월15일에어떤 비판이 있어도 반드시 참배한다.”(4월18일 자민당 총재경선 후보자 공개토론회)

▦“일본의 번영은 귀중한 생명의 희생 위에 성립했다. 순수한 감사의 기분을 참배로써 표현할 것이다.”(4월24일 자민당총재 취임 회견)

▦“마음을 담아 경의와 감사의 뜻을 바치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개인으로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 계획이다.”(5월9일 참의원 본회의 답변)

▦ “외국으로부터 비판을 받는다고 왜 중지해야 하는지 이해하기어렵다.”(5월14일 중의원 예산위)

▦“전몰자를 추도하고 두번 다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기분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싶다.”(6월26일 오키나와 희생자 추도식)

▦“공사의 구별은 없다.총리인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다.”(7월3일 파리 회견)

▦“일본인의 국민 감정상 죽으면 누구나 부처가 된다. A급 전범도 현세에서 사형이라는 처벌을 받았다. 죽은 사람을 그렇게까지 선별해야 하는가.”(7월11일 당수토론)

▦“참배 후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싶다. 한중 양국과의 관계는 야스쿠니 신사 문제만이 아니며 폭 넓은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하다.”(7월24일 기자회견)

▦“신도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정성껏 참배하겠다.”(7월26일 기자 간담회)

▦“설득한다거나 각의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라 개인이 판단할문제다. 숙고해서 참배한다.”(7월27일 기자간담회)

▦“연립 3당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듣고 숙고해서 판단하겠다.”(7월30일 기자회견)

▦“허심탄회하게 숙고하고 있다. 나는 참배한다고 말해 왔다.”(8월9일 기자회견)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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