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바 악몽은 더 이상 생각하고싶지도 않다.”지난 달 제노바 주요 8개국(G8)정상회담 때 반(反) 세계화 시위대와 경찰의 유혈 충돌로 홍역을 치른 이탈리아가 향후 예정된 국제회의 개최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9일 긴급회의를소집, 내달 26, 27일 나폴리에서 열릴 예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방장관 연례회의 개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는 로사 루소 예르볼리노나폴리 시장이 7일 “나폴리가 요새화하거나 초토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회의를 연기하거나 장소를 옮겨줄 것을 공식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는미국의 미사일방어(MD) 계획이 주의제로 다뤄지는데다, 나폴리에는 나토군 남유럽사령부와 미군 제6함대가 주둔하고 있어 반 세계화 시위대의 집중공격이 예상된다.
나폴리의 반세계화 단체 대변인은 “우리의 시위를 저지하려면 총을 쏘아야 할 것”이라고 말해 강도 높은 시위를 준비중임을 시사했다.더욱이 시위대가 제노바에서 경찰의 발포로 1명이 숨진 데 대한 ‘보복’을 감행할 것이란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 정부는 앞서 11월5~9일 로마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식량기구(FAO) 주최 기아회의 장소를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도시로 옮겨야 한다고 유엔에 공식 제안했다.
이에 대해 야당에서는 물론, 집권 중도좌파 연합 내부에서도 “국제적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라는 비난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정부는 이래저래 진퇴양난의고비를 맞고 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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