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국내 스포츠는 여자종목이 한창 인기를 누렸다. 물론 축구,야구가 국민적인 인기종목이었지만 국제대회만 나가면 성적을 내는 종목이 농구 배구 핸드볼 양궁 등의 여자선수들이어서 “한국사람은 여자가더 강하다”는 말이 유행했다.국내에 여자축구가 출범한 때는 90년. 정부가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전 종목출전 원칙을 정하는 바람에 대표팀을 급조했고 이화ㆍ숙명여대가 부랴부랴 팀을 창단했다. 물론 지금 두 팀은 해체됐지만 여자축구가 지금까지 명목을이어온 계기가 됐다.
당시 초대감독은 박경화 전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었다. 박 감독의 ‘18번’ 노래는 태진아의 ‘옥경이’였는데동료 축구인들은 여제자들을 가르친다는 의미에서 그를 ‘옥경아!’라고 부르며 농담하기도했다.
그만큼 축구인들에게도 여자축구는 생경했던 것이다. 갑작스럽게 출범한 만큼 실력은 형편없었다. 그 해 10월평양의 남북통일축구에서 여자경기를 하기로 했다가 실력차가 너무 난다는 이유로 취소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그런데 그 무렵 만난 한 스포츠학자가 “다른종목은 몰라도 아마 여자축구는 세계 정상이 되기 힘들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 여성은 감각적으로 아주 손재주가 뛰어나다.
자수며 공예, 연주 등 전통적으로 손을 사용하는 것에는 아주 능숙하다. 스포츠도 배구 농구 양궁 등 모두 손을 사용하는 종목에서 강하지, 발을사용하는 종목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면서 그는 “축구는두뇌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발을 사용하는 종목이므로 그만큼 습득하기가 어렵다”며 한국여성들이 축구에 익숙해지려면 상당 시간이 걸릴것이라고 예언했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는, 사석에서의 이야기였지만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틀린 이야기가 되고 있다. 7일 끝난 4개국 대회서 한국 여자축구가 세계 정상급의 브라질과 중국을 연파하고 우승했기 때문이다.
짧은 역사와 열악한 환경(여자하키나 핸드볼 등도 비슷하다)에서 일궈낸 쾌거여서 더욱 값지게 평가받는다. 벌써부터 남자보다 더 빨리 세계정상에 갈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니,역시 한국여자는 남자보다 강한가 보다.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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