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이 진행되던8일 북한이 대미 대화재개에 대해 완강한 입장을 재천명하고, 금강산사업 부진의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기자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미국이 우리를 압살하려는 속셈에서 일방적으로 내놓은(북미)회담 의제들을 접수할 수 없으며, 미국이 이를 철회하기 전에는 마주앉을 수 없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미 현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 집권 마지막 시기에 취했던 입장 수준에 도달할 때 대화재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6월18일 북 외무성 대변인 담화와 같은 수준인 이번 주장은 지난해 10월 북미 공동 코뮈니케에서 명시됐던 북미 적대관계 해소를 부시 행정부가 확약하고, 대북 강경책을 철회해야만 대화 테이블에 앉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관측통들은 “이러한 북한 입장은 ‘북한의 안전보장은 북미대화의 전제가 아니라 그 결과여야한다’는 미 부시 행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라며 “북한은 당분간 대미대화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강산사업의 북측 파트너인아태평화위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 행정부는 미사일 위협을 들먹이며 남조선이 우리와 하는 협력사업을 차단하기 위해책동 중”이라며 “미국이 계속 금강산사업을 방해한다면 그 후과(결과)를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성명은 금강산사업 부진을 미국의책임으로 돌리는 한편 이 사업에 대한 북측의 약속 미이행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현대와 맺은 6ㆍ8합의서를 통해 ‘2개월 이내에 금강산을 특구로 지정하고, 조만간 육로연결사업에 대한 당국간 대화를 권고한다’고 밝혔으나 약속 시한인 이날 이 같은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관측통들은 “이번 성명은 육로개설 등 금강산관광 활성화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될 수 없다는 점을명시한 것”이라며 “이러한 북한의 기류로 보아 남북 당국간 대화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전망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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