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9일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주재로 최고위원 회의를 가졌다.당정개편 등 민감한 사안들이 직접 거론되지 않아 분위기는 뜨겁지 않았지만 일부 참석자들은 여권의 정국 대처방식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오찬을 겸해 1시간45분 동안의 회의에서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과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이 전했다.
상당수 소장 의원들이 8ㆍ15를전후한 김 대통령의 당정 쇄신 조치를 기대해 온 점에 비춰보면 이들의 리더 격인 정 최고위원의 이날 침묵은 이례적인 것으로 비쳤다. 다음은 전대변인이 전한 발언요지.
박상천(朴相千)= 교과서왜곡과 관련해 대일 강경 기조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일본 내 교과서 불채택 운동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경제정책 협의회처럼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여ㆍ야ㆍ정 협의회를 열어야 한다.
안동선(安東善)= 최근 정치원로들을 만났는데 야당의 ‘사회주의 공세’에 대해 여당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논리를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당의 논객이 다 어디 갔느냐고 했다. 그 동안 당 대변인실에서 논평을 내고 대응했는데 뭔가 국민 귀에 쏙 들어오는 게 없다는 얘기였다. 언론기업 세무조사 문제는 더 강력히 밀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더라.
김근태(金槿泰)= 정기국회 전에 대통령께서 경제문제를 주제로 국민과 직접 접촉해야 한다. 최근 당 지지도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회복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본래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개혁은 근본적인 문제부터 접근해 나가야 한다. 여권 스스로 도덕적 기반을 갖고 추진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지지도를 지속적으로 높이려면 여권이 도덕적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이를 위해 우리 내부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인제(李仁濟)= 10ㆍ25 재ㆍ보선의 필승전략을 세워 당이 전력투구해야 한다. 교과서왜곡파문 이후 일본 관광객이 줄고 있다. 원칙과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국익을 생각해 유연한 자세를 갖는 게 필요하다.
김기재(金杞載)= 정국 상황이 갑갑하게 전개돼 안타깝다. 국면을 전환시킬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정대철(鄭大哲)= 정치다운 정치가 없고 정치가 아예 없어졌다는 얘기가 많다. 야당의 공세가 원인이지만 여당은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경륜이 풍부한 분들을 동원해야 한다. 정무 장관이 폐지된 것도 아쉽다.
야당에 대한 맞대응을자제하고 대변인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여당부터 대변인실을 자제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김원기(金元基)= 정치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차갑다. 정치의 틀에 관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했으면 한다. 여야가 매일 치고 받는 정치를 대화의 정치로 바꾸는 데 여당이 먼저 나서야 되지 않겠는가. 주 5일 근무제도는 역기능을 최소화하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추진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 가운데 큰 성과도 없으면서 민심만 자극하는 정책은 재검토 돼야 한다. 전기료 누진제가 한 예다.민심 관련 정책은 사전에 긴밀한 당정 협의가 필요하다.
김 대통령= 15일 경축사로 국민에게 말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말을 아끼는 것이 좋겠다.
경제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주 5일 근무제는 노ㆍ사ㆍ정위에서 합의한 것인데도 제도 마련이 늦어져 정부가 촉구한 것이다.언론사 세무조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국민의 뜻을 존중하면서 해 나갈 것이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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