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평형 건축의무비율 부활 바람이 매섭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재건축 열풍이 뜨거웠던 강남 지역은 이미 사업이 확정된 5개 저밀도지구 일부 단지를 제외한, 중층(6~15층) 아파트 재건축 단지들 대부분거래가 주춤한 상태다.250% 인 현행 용적률로는 평형만 늘어나는 '1대1 재건축'이 대부분이어서 소형 평형을 짓게 되면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다.
대치동 B중개사무소 김모(43)사장은 “최근 제도가 완화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소 문의가 있지만 소형평형 의무비율 부활 발표 이전에 비하면전화가 끊어진 것과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활기를 띠던 재건축 추진위들의 움직임도 수익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수그러들었다.
서초구 K아파트 재개발추진위의 한 관계자는 “소형평형 비율을적용하면 조합원 부담금이 너무 높아지기 때문에 그만두자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E아파트 추진위 관계자도 “이달 말 확정될 정부안에 따라 추진 여부를 결정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정부지로 올랐던 호가도 주춤한 상태다. 둔촌동 대일공인 중개사업소 채상일(36)사장은 “소형평형 의무비율 적용이 다소 완화된다는 소식등 호재가 등장했지만 호가는 제자리 걸음”이라며 “매물도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재건축시장 위축의 문제점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시장의 과열ㆍ거품조짐을 이끌었던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일시적으로 안정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은 동의한다.
하지만 이 제도의 목표인 서민주택난 완화는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오히려 주택보급률이 낮은 강남권의 장기적인 주택공급 감소로 이어져 전세난을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강남은 상반기 전세난의 진원지여서 자칫 전체 전세시장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재건축이 예정대로 진행돼 공급이 다소 늘어나도 문제다. 지금까지 재건축아파트는 대형은 비싸게 팔고, 소형은 싸게 공급하는 2중 가격으로공급됐다.
하지만 의무비율을 적용할 경우, 시공사는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평형은 작지만 값은 대형에 맞먹는 기형적인 소형아파트를 내놓을 수 밖에없어 결국 공급부족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
■ 다가구 주택공급을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소형평형 의무비율 부활에 따른 재건축 악화로 야기될 강남권 아파트공급부족현상을 아파트만큼 ‘쾌적한’다가구 주택의 확대로 해소해야한다고 지적한다.
강남권은 더 이상 개발 가능한 택지가 없어 재건축이 위축되면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닥터아파트 곽창석(40)이사는 “다가구 주택은 주차ㆍ녹지공간의 부족으로 아파트에 비해 쾌적성이 떨어져 외면당해 왔지만 공사기간이 2개월정도로 짧은 만큼 가장 확실한 서민주택 공급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떨어지는 쾌적성을 건폐율(건물바닥면적)과 용적률 관련 조항을 조정해서 보완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다가구 주택이 들어서 있는 전용주거지역의현행 건폐율은 60%. 즉 100평의 땅에 건물 밑바닥이 60평까지 들어설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밑바닥이 50%를 넘어서면 녹지ㆍ주차공간을확보하기 어렵고 대지가 가득 들어 차 보인다.
따라서 건폐율을 줄여서 여유공간을 늘리는 대신 용적률 제한을 완화해 공급 가구수를 높이자는 주장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44)박사는 “선진국의 경우, 밀집지역 건물의 바닥면적을 줄이고 여유공간에 녹지와 주차장을 배치하는 대신 건물 높이를 늘이는방식으로 주택부족을 해소한다”며 “대규모 주택공급이 불투명한 강남권에도 고려해 볼 만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황종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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