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이 ‘달리는 광고철(廣告鐵)’로 바뀌고 있다. 전동차내 단순광고에 그쳤던 지하철에 최근 첨단 광고기법이 도입되면서 상품 실물을 닮은 손잡이광고가등장하는가 하면 전동차 외벽 전체가 하나의 광고면으로 활용되고 승강장 전광판과 터널을 이용한 동영상 광고도 선을 보일 예정이다.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는 이달중 전동차내 손잡이 지지끈에 상품의 모형을 매다는 손잡이광고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오는 13일 7호선 전동차 488량을 대상으로 공개 입찰이 실시될 만큼 진전됐다.
이 아이디어는 원래 한국의 모 라면업체가 지난해 일본 도쿄의 지하철에 도입했던 컵라면 모형광고에서 나온 것이다. 공사측은 시민의 반응을 보고 앞으로 5,6, 8호선까지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공사측은 또 전동차 외벽 창문아래에 간간이 이용했던 광고와는 격이 다른,외벽 전체를 광고면으로 활용하는 ‘광고열차’를 이달중 선보일 계획이다. 월드컵경기장역이 위치한 6호선에서 운행열차 1편성(8량)을 시범운행한 뒤 ‘2002 월드컵’에 관심있는 광고주들을 끌어들일 방침이다.
지하철 역사 승강장에는 동영상 광고가 등장한다. 5~8호선 30개 역사의승강장에는 이달부터 양 방향 철로의 경계를 이루는 기둥 사이에 동영상 전광판이 설치돼 광고가 방영된다.
군자역, 영등포구청역, 합정역, 단대5거리역등 주요 환승역을 비롯한 30역사에 60개의 전광판이 설치되는데, 뉴스나 날씨, 주식시황, 스포츠경기 등 생활정보 중간에 상업광고를 집어넣는다.
또 5호선 전동차 608량에는 동영상 LCD(액정표시장치)가 설치되고,1개 열차당 1량은 음악과 오락 프로그램까지 감상할 수 있는 ‘음향전용칸’으로 활용된다.
동영상 광고의 결정판은 10월부터 선보일 ‘터널벽동화상광고’다. 5호선 광화문역과 종로3가역 사이의 터널에서 시범 실시되는 동영상 시스템은 달리는 전동차 창밖으로 영화 필름을 돌리듯이 화상을 비춰 한편의 동영상을 보여준다. 이젠 지하철을 타면 어디를 둘러보아도 광고를 보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하철 광고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하철이 너무 돈만 밝히는 게 아니냐는 불평도 있다. 또 전동차 천장과 창문은 물론 출입문, 손잡이, 동영상에다 이제는 전동차 외관 전체가 광고로 뒤덮혀 쾌적한 여행을 방해한다는 게 시민단체측의 주장이다.
녹색교통운동 민만기(閔萬基ㆍ36) 사무처장은 “지하철의 적자가 심해 수익성을 올리기 위한 노력은 이해하지만 수많은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이 각종 상업광고로 도배질된다면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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