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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괴담'없는 '도시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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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괴담'없는 '도시괴담'

입력
2001.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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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독들은 단순한 소재를 갖고도 영상으로 많은것을 이야기한다. 영화적 형식을 빌어 최대한의 공포를 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영화감독의 드라마 연출로 화제를 모은 납량특집 ‘도시괴담’ 시리즈(KBS2)를 기획한 조인국 PD(프로덕션 캐슬인더스카이)는 영화와 TV드라마의 시너지 효과를 이렇게 전망했다.5일 방송된 시리즈 첫 편 ‘죽은 자의 노래’(연출 양윤호 감독)는 영화도 아니고 TV단막극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드러냈다.

대각선 70㎝ 정도에 불과한 브라운관은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에는 비좁기만 했고, 너무나도 단순한 스토리는 TV 드라마적 재미를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리베라 메’의거대한 불이 그럴듯해 보였던 것은 스크린이라는 넓은 공간 때문이었음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일까.

50분이라는 시간이 영화로는 장편도 단편도 아닌, 영화감독들이 완결된 이야기를만들어내기에는 부족한 시간임을 감안하더라도 ‘죽은 자의 노래’는 ‘괴담’을 만들어내기에 서사구조가 미흡했다.

전생과 현생, 원귀 등 공포를 자아낼 만한 요소를 여러가지 나열하면서도, 공포를느끼게 할 만한 복선이 없는 게 가장 큰 흠이었다.

앞으로 일어날 괴기스런 사건에 대한 기대로 공포감을 심어주는 납량물의 특성을 살리지 못했다.

백제 여장수 백린(하리수)의 원귀가 서린 녹음실만 보더라도 섬뜩함을 느낄 수있어야 할 텐데, 도입부의 죽음만으로는 그런 느낌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했다.

영민(서태화)이 녹음실에서 발견한 곡에 집착하면서 혜라(김가연)와빚는 갈등도 너무 간단하게 처리됐다.

때문에 두 사람이 백린의 원귀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과정이 섬뜩함을 느낄 새도 없이 지나가버려 오히려 허무할정도였다. 마음을 졸이면서 다음 사건을 기다리는 묘미가 없는 공포물에 몰입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괴담’에는 실패했지만 양윤호 감독은 시각적 멋은 살려낸 편이다. 백제와 신라의 전투, 적군 시체의 심장을 끄집어내 종을 만드는 장면,어둠침침한 배경에 대비되는 붉은 색의 사용 등 시각적으로는 현대적 감성을 살렸다.

‘죽은 자의 노래’는 영화와 TV드라마 두 장르 모두에서 낯선 납량물이 돼 버렸다. 앞으로 남은 시리즈에서 안병기, 김형태, 정흥순 감독이 얼마나 TV라는매체에 적응한 작품을 내놓을지.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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