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갈 여가도 없이 바쁜 현대인들. 특히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이들에게 책 읽기란 하나의 문화 패션이다. 철저하게 선별된 양서(良書) 리스트와 원하는 책을 집에서 받아보고 책값도 30% 싸다면 3개월에 책 한 권쯤 사는 일은 그리 큰 부담이라고 할 수 없을것이다.세계적으로 유명한독일의 회원제 북 클럽 베텔스만 코리아㈜의 타힐 후세인(34)사장은 회사의 모토를 “독서에 대한 잠재된 욕구를 일깨우고 다양한 문화컨텐츠를 제공하는 ‘문화의 전도사’(Cultural ambassador)” 라고 말한다.
그는 또 한국인의 독특한책 읽기 문화를 상징하는 단어는 ‘패션’, ‘베스트 셀러(브랜드 파워)’, ‘교육(자녀에 대한 부모의 뜨거운 교육열)’이라며 손가락 3개를 꼽아 보인다.
후세인 사장은 외환위기직후인 1997년 말, 옷 몇 벌이 담긴 손가방 1개만 달랑 들고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 뒤 한국인들의 독서취향 및 도서 구매패턴과 각종문화 등에 대한 리서치 활동에만 1년 여를 매달렸다.
직접 국내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며 베텔스만에 대한 소개를 늘어놓은 곳만도 수백 군데. 그의한국문화 체험은 이처럼 남달랐다. 그러나 직접판매(Direct selling)라는 새로운 유통방식에 익숙치 않았던 국내 출판사의 문턱은 너무 높았다.
교보 등 대형책방의 구석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책 읽기에 열중하는 ‘즉석 독서 족(族)’들의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던 시절, 북 클럽 가입은 한마디로 ‘지적(知的) 허영심’으로 비춰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등을 통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대중의 책 읽기 습성도 바뀌고 있다. 99년 회원제 북 클럽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정식 출범한 베텔스만 코리아는1년 반 만에 전국 회원 수만도 35만 여 가구. 이젠 220여 개의 크고 작은 출판사들이 베텔스만 협력사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은 없다며 독일 본사에서도 놀랐다고 한다. 이 같은 성장속도는 한국인의 책 읽기 문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후세인 사장은 “한국인들의독서문화는 속도감 넘치는, 말 그대로 패션형” 이라며 세계적으로 1억 부 이상 판매된 ‘해리포터’ 시리즈를 한 예로 든다.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1년 여 간 꾸준히 판매된 연간 베스트 셀러였던 이 시리즈가 국내에선 5,6개월 만에 ‘종치고 막내릴’ 정도였다. 그만큼 새로움에 대한 욕구와 베스트 셀러에 대한 강한 탐구욕이 넘쳐 흐르는 곳이 바로 한국이라는 것이다.
베텔스만의 성장 동인은어디에 있는 걸까. 전체 회원 중 서울ㆍ수도권 거주자는 40%를 차지하는 반면 지방은 60%에 달한다. 이중 아직 틈나는 대로 책방을 찾는 열독(熱讀)회원은30~40%로, 절반을 넘는 대다수가 베텔스만 북 리스트만을 보고 책 구입에 나서고 있다.
이는 베텔스만의 도서선별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높다는것을 증명한다. 국내에서 1년 반이라는 단기간에 이 같은 신망을 얻게 된 것은 랜덤하우스 등 세계 최대의 출판사를 보유하고 있는 베텔스만 만이보유한 노하우 덕분. 특히 도서선별을 전담하는 편집기획 인력에 대한 교육과 폭 넓은 지원, 세심한 관리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오밀조밀한 아파트단지와 ‘아줌마’ 그룹은 베텔스만의 주요 타깃이다. 회원 전체중 65% 이상이 20~40대 여성으로 주부나 회사원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후세인사장은 “한 치 걸러 두 치면 서로의 사생활까지 속속들이 아는 한국 아파트 생활문화에서 새로 출간된 어떤 책이 아이들에게 유익하다는 소문만 아줌마들의 입에 오르면 일단 성공한 셈”이라며 뜨거운 교육열에 감탄사를 보낸다.
틈나는 대로 인사동주변의 서점가를 찾는 후세인 사장은 “이 달 중순께 종로2가에 회원들을 위한 클럽센터 2호점을 개장할 계획”이라며 “최근과 같은 성장속도라면 5년 후쯤 교보와 맞먹는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베텔스만,어떤회사?
출판사와 인쇄소로 1835년 독일에서 처음 설립된 베텔스만은 현재 전세계 54개국에서 7만6,000여명의직원과 300여 개의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세계 3위의 미디어 그룹이다.
베텔스만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음반회사 BMG(BertelsmannMusic Group)와 출판사 랜덤하우스(Random House), 인터넷 사업 반즈앤 노블 등을 소유하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북 클럽,TV, 라디오, 신문잡지, 인쇄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7월 전자상거래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북 클럽과 전자상거래를총괄하는 다이렉트 그룹, 랜덤하우스와 BMG 등을 담당하는 컨텐츠 그룹, 인쇄, 서비스, IT 분야를 담당하는 프린팅 &서비스 그룹 등전체 사업부를 3개 부문으로 재편됐다. 국내에서는 BMG와 북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베텔스만 북 클럽
1950년 독일에서 시작된 베텔스만 북 클럽은 전세계 22개국에서 4,1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자랑하는 회원제 서점. 99년 국내에 본격 진출한 북 클럽(www.thebookclub.co.kr)에는 현재 35만 여 가구의 회원이 가입해 있고,하루 평균 4,000권 이상의 도서를 배송하고 있다.
베텔스만 북 클럽은 회원들에게 원하는 책을 배달하고 15~3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북클럽 회원은 3 개월에 1권씩을 구입해야 회원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회원에게 배달되는 카탈로그에는 북 클럽 전문 편집진이 엄선한 우수 도서,음악 CD, 비디오 테이프, 완구 등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으며, 최신 도서ㆍ문화 정보 등 회원들을 위한 유용한 정보가 실려 있다.
온라인 상에서책을 구입하거나 카탈로그에서 원하는 책을 선택, 핫라인 팩스 자동주문 전화 등을 통해 주문하면 된다.
▽핫라인:(국번없이)1588-1949, (02)3415-1955
▽자동주문전화: (080)500-1949 (연중무휴)
▽고객상담 전화: (02)3415-1955
■후세인 사장, 어떤사람?
▦1966년독일 뮌헨 출생 (부친 파키스탄인, 모친 독일인)
▦영국 런던경제대 경영학 전공(1994)ㆍ동 대학 경영대학원 석사ㆍ독일 베텔스만 입사(1996)ㆍ 베텔스만 상하이ㆍ뉴욕지사 근무ㆍ 베텔스만 코리아 사장취임(1999)
▦특이사항: 5개국 언어에 능통
▦장기:배드민턴(12년 경력ㆍ대학 땐 대표선수 지냄)
▦취미:테니스, 스쿼시, 음악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난타’)ㆍ영화 감상
▦취향:소주보다 맥주, 노래방 선호(애창곡은 김건모의 ‘쟝가’)
▦가족:미혼(남동생이 경영컨설팅사인 부즈앨런 서울 사무소에 근무 중)
▦ e메일:
hussain@bertelsmann.co.kr
■나의 키워드
”기업문화란 지역과 현실에 맞춰 창조하는 것이다.”
도서와 음반 등 다양한 문화사업을 추진중인 베텔스만의 기업문화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같은 베텔스만 가족이라도 뉴욕과 서울 등 나라와 지역 문화에 따라 기업문화 색채는 판이하다. 따라서 본사중심의 중앙 집권식보다는 각 지역 사업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폭 넓은 이해가 기업문화의 골간을 이룬다.
베텔스만 코리아㈜의 기업문화 역시 한국적인 문화와 베텔스만 고유의 방식을 혼합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국내에 첫 발을 내디딘 후세인 사장은 도서문화는 물론 각종 대중문화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문화연구에 1년여를 투자했다.
본사의 전적인 지원이 한국문화 연구에 쏟아진 덕분이다. 현지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간판도 올릴 수 없다는 것이 베텔스만식 경영논리다. 브랜드 파워만을 믿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후세인 사장은 스스로 지나치게 한국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할 정도다. 하지만 직원들의 1인 당 생산성은 다른 기업들과 비교가 안될 만큼 높아서 베텔스만식 효율 극대화 체계는 한국에서도 틀림없이 유지되고 있다.
”젊은 주인정신이 넘치는 회사여야만 한다.”
후세인 사장은 매일아침마다 4층 계단을 단숨에 오르며 각 부서를 방문, 170명의 사원들과 눈인사를 나눌 만큼 매사에 적극적이다. 34세로 혈기왕성한 젊은 사장이 이끄는 회사인 만큼 모든 사무처리 과정에도 활기가 넘치며, 팀별 자율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후세인 사장은 “현지 CEO가 앞날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세워주고 직원들의 고유 역량을 인정해 줄 때 누구나가 맡은 일에 주인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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