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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멀리뛰기 2인자 '1cm'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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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멀리뛰기 2인자 '1cm'의 반란

입력
2001.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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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한국시간) 오전 캐나다 에드먼턴 커먼웰스 스타디움. 여자 멀리뛰기 결승전이 끝난 뒤 피오나 메이(31ㆍ이탈리아)는 모처럼 활짝 웃었다. 우승의 감격보다 6년 동안 따라다니던 ‘2인자’의 꼬리표를 뗐다는 기쁨이 더 컸으리라.유럽 주니어대회서 두각을 나타낸 메이는 1995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여자 멀리뛰기 세계 1인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영광은 잠시뿐. 하이케 드렉슬러(독일) 등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으로 97년 세계선수권 3위, 99년 2위에 머물렀던 메이는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에서도 은메달에 그쳤다.

어느 새 나이도 육상선수에겐 황혼기나 다름없는 서른을 넘겼지만 메이는 ‘영원한 2인자’의 서러움을 떨치기 위해 출산조차 뒤로 미루고 트랙을 지켰다.

마지막 설욕무대로 다짐한 에드먼턴에서도 메이는 결승전이 끝나는 순간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7㎙02를 뛰었던 메이는 시즌 최고기록보유자 타티아나 코토바(러시아)가 7㎙ 부근에 착지하자 99년 대회의 악몽을 떠올리며 얼굴을 감쌌다.

당시 6㎙94로 우승이 유력하던 메이는 니우르카 몬탈보(스페인)가 마지막 시기에서 7㎙06을 뛰어 금메달을 놓쳤다. 나중에 몬탈보는 비디오 판독에서 파울로 밝혀졌지만 결과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에드먼턴에서 승리의 여신은 메이에게 미소를 지었다. 관중의 함성속에 얼굴을 든 메이의 눈에 7㎙ 01이라는 숫자가 들어왔다. 단1㎝ 차이로 우승한 것.

메이는 “그동안 2인자라는 소리가 죽도록 싫었다”면서 “1년간 가족과 함께 하며 아이도 갖고 푹 쉰 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8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승부의 세계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100㎙ 42연승의 신화를 창조하며‘단거리 여왕’으로 군림했던 매리언 존스(미국)도 43연승의 문턱에서 ‘만년 2인자’자나 핀투세비치(우크라이나)에 발목이 잡혀 주저앉았고, 세계 무대에 한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무명 음바케 티암(세네갈)은 여자 400㎙ 결승에서 극적인 막판 스퍼트로 우승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다음 드라마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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